히어로 흥행 가른 힘, 성별 아닌 캐릭터 서사
핵심 요약
스파이더맨은 국내외에서 빠른 흥행세를 보인 반면 슈퍼걸은 기대에 못 미쳤다. 전문가는 성별보다 캐릭터의 결핍과 성장 서사가 성패를 가른다고 분석했다. 여성의 고유한 경험과 내면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일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최근 극장가에서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와 ‘슈퍼걸’의 흥행 성적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스파이더맨은 국내 개봉 13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해 ‘서울의 봄’보다 닷새 빠른 속도를 보였다. 개봉 7일 만의 세계 흥행 수익도 11억달러를 넘어 ‘아바타’의 29억달러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27억달러 기록을 추격하고 있다.
한 달가량 먼저 개봉한 슈퍼걸은 제임스 건의 제작 참여로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 관객 14만명, 세계 흥행 수익 약 1억2600만달러에 머물렀다. 개봉 2주 차 관객 감소율은 코믹스 원작 영화로도 이례적인 74.1%에 달했다. 2023년 나온 ‘더 마블스’도 국내 약 69만명과 세계 약 2억613만달러로 MCU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해 여성 히어로물의 흥행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을 키웠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성별보다 인물의 결핍과 성장 과정이 관객의 공감을 좌우한다고 진단했다. 평범한 인간으로 출발한 스파이더맨은 능력을 얻은 뒤 힘의 사용법을 고민하고 실수와 실패를 거치지만, 태생적으로 강한 슈퍼걸은 내적 갈등과 어려움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등을 의식해 여성 주인공을 완벽한 존재나 남성 액션 영웅의 복제판처럼 묘사하면 고유한 경험과 차별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안은 힘의 크기보다 인물 자체의 매력을 설계하는 데 있다. ‘선덕여왕’의 미실은 지략과 정치적 영향력으로 극을 이끌었고,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지안은 전략과 무술을 익혀 가는 과정으로 공감을 얻었다. 남성 중심 제작 환경이 여성의 현실적 고민과 내면을 충분히 구현하지 못하는 한계도 과제로 꼽힌다. 여성 히어로물의 성패는 주인공의 성별보다 관객이 몰입할 결핍과 변화, 고유한 경험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쌓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