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자유민주주의, 노동과의 단절을 묻다
핵심 요약
아제모을루가 자유민주주의의 성과와 공동 번영 약화의 원인을 분석했다. 탈산업화와 고학력 엘리트 중심의 정치 재편이 노동계층의 이탈을 키웠다. 노동계층과의 연대 회복, 공공서비스 강화, 소셜미디어·AI 규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신간 ‘자유민주주의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와 재건 방안을 분석했다. 자유민주주의는 경제 성장과 평등한 분배, 공공 인프라와 보건의 확충, 교육 격차 완화, 소비자·노동자 보호, 정치 참여 확대를 이뤘지만 공동 번영이라는 핵심 약속이 흔들리면서 시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진단이다.
변화는 1970년대 이후 뚜렷해졌고 2000년대 들어 한층 심화했다. 산업 자동화와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의 임금 격차가 벌어졌으며, 성장의 과실은 자본가와 고학력 엘리트에게 집중됐다. 저임금 국가와의 교역 확대도 탈산업화를 재촉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민주주의 기관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불평등, 포퓰리즘, 권위주의가 동시에 부상했다.
대졸자의 수와 영향력이 커지면서 정치 지형과 자유주의의 성격도 달라졌다. 서구 중도좌파 정당은 고학력 전문가와 대졸자 중심으로 재편됐고, 정책에서 소외감을 느낀 노동계층 유권자는 중도우파와 우파 포퓰리즘으로 이동했다. 서로 다른 공동체의 삶과 공존을 중시하던 자유주의는 보편적 가치관을 확산하는 데 힘을 쏟았고, 표현의 자유보다 ‘올바른 가치’를 앞세운 사회공학은 노동계층의 반발을 키웠다.
아제모을루는 자유민주주의의 종말 대신 노동계층과의 관계 회복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사회공학을 피하면서 공동 번영과 일자리, 공공서비스를 우선하는 ‘노동계층 자유주의’가 핵심이다. 소셜미디어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진영 간 불만과 비난을 증폭하는 현실도 경고했다. AI의 발전 경로를 소수 거대 기술기업의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되며, 표현의 자유와 공동체를 되살리는 동시에 소셜미디어와 AI 규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각의힘에서 펴낸 책은 572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