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막는 제도 공백, 기업 재기 길 넓혀야
핵심 요약
기업 도산은 회생과 파산으로 나뉘지만, 재기 가능성이 있는 기업도 파산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채권 회수를 우선하는 금융기관의 합리적 선택과 제도 공백이 회생 기업의 생존 기반을 약화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중소기업을 위한 생산적 금융과 실질적인 회생·재도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도산은 빚을 일부 조정해 사업을 이어가는 회생과 더는 존속하기 어려운 기업을 해체하는 파산으로 구분된다. 파산에 이르는 기업 가운데는 경영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회생 절차를 밟았다면 생존 가능성을 살릴 수 있었던 곳도 상당하다. 그러나 한 차례 흔들린 기업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환경이 회생 신청을 늦추거나 파산을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회생을 신청한 기업과 채권자의 이해관계도 엇갈린다. 은행을 비롯한 채권자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회생을 기다리기보다 파산을 통해 채권 일부를 회수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편을 선택할 수 있다.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기업 계좌로 들어온 대금이 은행 대출금 상환에 곧바로 충당되면서, 영업을 계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마저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도 잦다. 적법한 채권 회수라 해도 기업의 생존 기반을 약화하는 제도적 빈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채권자의 선택을 도덕적 잣대로만 비판하기는 어렵다. 손실을 줄여야 하는 금융기관에는 조기 회수가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역시 힘겹게 회생을 추진하기보다 파산을 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번 경영 위기에 빠지면 재기가 쉽지 않다는 경험이 판단에 영향을 준다. 개인과 기업의 실패를 완전히 막을 수 없는 만큼 경기 여건을 개선해 파산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파산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경제 주체가 손실을 줄이려고 내리는 합리적 결정이 기업의 조기 해체로 이어진다면 제도의 조정이 필요하다. 회생 기업의 운영 자금이 채권 회수로 소진되지 않도록 생존 기반을 보완하고, 실패한 기업이 재도전에 나설 수 있는 통로를 넓히는 일은 정부와 정치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생산적 금융과 실제로 작동하는 회생제도를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