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영향평가 무력화 우려···정부 속도전에 환경단체 반발
핵심 요약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속도전을 강조하며 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과 기존 결과 원용을 언급하자 환경단체들이 제도 무력화 우려를 제기했다. 환경단체들은 산단절차간소화법 적용 시 형식적 평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과거 조사 결과 원용에 반대하며 정밀 조사와 정화를 요구했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환경영향평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국토부 협의 요청 후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환경단체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민관 합동 점검 회의에서 “오직 속도전이 중요하다”며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기존 평가 결과를 원용하거나 기간을 대폭 단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는 계절별 특성과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통상 최소 1년 이상 걸리는데, 이를 단축하라는 취지의 주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잇따라 비판 성명을 내고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취지와 역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신호”라고 밝혔고,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성명을 통해 “사업이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건너뛰려는 시도는 생태적 한계와 사회 정의, 공정성을 확인할 마지막 기회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관계기관 간 협의 절차를 간소화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특례법’(산단절차간소화법)이 메가프로젝트에 적용되면 환경영향평가가 형식적인 절차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산단절차간소화법을 “이명박 정부 때 제정된 악법”이라며 “안 그래도 부실한 환경영향평가를 산업단지에는 더욱 부실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강은주 생태지평 연구기획실장은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환경영향평가가 여러 후보지를 비교·검토하는 과정이 아니라 사업 내용과 규모, 부지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실시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관계기관이 협의 과정에서 ‘부동의’ 의견을 내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기존 평가 결과 원용’ 방침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은 환경영향은 시간의 흐름과 사업의 위치·규모·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후보지인 광주 군공항은 1964년 공군 기지로 조성된 곳으로, 안숙희 환경운동연합 정책변화팀장은 “환경은 기후 변화와 주변 여건에 따라 계속 달라지고,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는 기존 사업과 규모와 내용이 완전히 다른 만큼 과거 조사 결과를 그대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군사시설 터에 대한 토양·지하수 오염 정밀 조사와 정화 후 사업 논의를 주문했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의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으며, 사업시행자 선정 후 국토교통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협의를 요청하면 진행될 예정이다. 백진우 기후부 환경영향평가과장은 “아직 국토부에서 협의 요청이 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가정인 상황”이라며 “법적 범위 안에서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