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강제동원 배상책임, 집행까지 남은 장벽
핵심 요약
대법원이 일본제철에 고 민문식 씨 유족에게 위자료 총 8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확정했다. 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 피해자들의 권리 행사를 가로막은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류 송달과 피해 입증, 국내 재산 강제집행이 실제 배상까지 남은 장벽이다.
대법원 2부는 12일 강제동원 피해자 고 민문식 씨의 자녀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총 8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전원합의체가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지 8년 만에 같은 법리가 다시 확인됐지만, 유족에게는 판결금을 실제로 받기 위한 절차가 남았다.
민 씨는 1942년 일본 이와테현 가마이시제철소에 동원됐다가 약 5개월 뒤 탈출했으며, 귀국 후 1989년 숨졌다. 유족은 2018년 대법원 판결 약 6개월 뒤인 2019년 4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청구권을 처음 인정한 2012년부터 소멸시효를 계산해 제소가 늦었다고 봤지만, 2심과 대법원은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 권리 행사를 가로막은 객관적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큰 틀의 기준을 세운 뒤에도 개별 재판은 순탄하지 않았다. 송모 씨 등 피해자 85명이 2015년 미쓰비시중공업 등 17개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은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각하됐다. 서울고법은 2024년 이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배상책임에 대한 본안 판단 없이 끝난 재판이 다시 시작되면서 해당 사건은 11년째 1심 절차를 밟고 있다.
일본 기업에 소송 서류를 보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80여 년 전 동원 기록을 국가기록원 등에서 찾아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점도 지연 요인이다. 피해자마다 기업과 공장, 동원 시기가 달라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며 피고가 수십 곳이면 사건을 나눠 제기하기도 한다. 승소가 확정돼도 기업이 지급을 거부하면 국내 재산을 찾아 강제집행해야 한다. 민 씨 유족은 일본제철이 합작회사 PNR에 보유한 주식을 압류하는 절차에 착수했으며, 일본제철에 직접 사과와 배상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