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매니큐어가 드러낸 푸틴의 시간표
핵심 요약
트럼프의 비밀 에어포스원 교체를 계기로 푸틴의 더 광범위한 일정 은폐 방식이 부각됐다. 화분과 매니큐어, 복장과 대화 시점의 불일치가 사전 촬영 영상 의혹을 키웠다. 동일한 집무실과 비밀 장갑열차, 대역 의혹까지 푸틴의 위치를 감추는 여러 장치가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8일 튀르키예 앙카라 공항을 떠날 때 수행단에 알리지 않고 에어포스원을 바꿔 탄 일을 두고 미국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동행 기자와 백악관 직원, 장관들까지 이란의 잠재적 위협에 노출된 항공기에 남겨 ‘미끼’로 이용했다는 비판이다. 러시아 대통령실에서는 이보다 훨씬 치밀한 방식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실제 위치와 일정이 가려져 왔다.
푸틴의 공개 일정이 촬영 당일 진행됐는지는 집무실의 아글라오네마 상태에서 의문이 드러났다. 지난 2월 25일 공개된 발레리 게르기예프와의 면담에서는 화분이 교체됐지만, 미국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2월 28일 뒤인 3월 2일과 3일 영상에는 이전 화분이 다시 등장했다. 2월 6일과 10일 누렇게 보였던 잎이 중간인 9일과 11일 이후 다시 푸르고 두꺼워진 모습도 촬영 순서와 공개 순서가 다를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통령실은 의혹을 부인한 뒤 식물과 화분을 바꿨다.
타티야나 골리코바 부총리의 매니큐어도 일정의 불일치를 드러낸 단서가 됐다. 2월 10일 공개된 푸틴과의 회담에서 손톱은 옅은 분홍색이었으나, 전날과 다음 날 공식 석상에서는 더 밝은 분홍색이었다. 오히려 2월 3일 푸틴을 만났을 때의 색상과 같았다. 러시아 대통령실이 공개하는 이런 사전 촬영 영상은 ‘통조림’으로 불린다. 관료의 옷과 머리 모양, 대화에 등장하는 사건의 시점도 공개 날짜와 맞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
푸틴은 노보오가료보와 소치, 발다이호 인근 등 최소 세 곳에 거의 같은 형태의 집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손잡이 위치와 벽 장식선, 서류철의 차이가 장소를 구분하는 단서였다. 세 관저에는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역과 철도 지선이 설치됐고, 일반 여객열차처럼 보이는 전용 장갑열차 내부에는 체육관과 스파, 특수 통신장비가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마리우폴 방문 때는 귀 모양과 키, 몸짓, 말투가 다른 대역이 등장했다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의 주장도 제기됐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