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 깃털색 논쟁, 후성유전 해석이 가른 쟁점
핵심 요약
먹이로 달라진 홍학의 깃털색은 통상 자손에게 유전되지 않는다. 후성유전은 환경 변화의 일부가 세대를 넘어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교과서의 기본 설명은 유지하되 개념의 범위를 명확히 다듬을 필요성이 제기됐다.
먹이에 따라 달라지는 홍학의 깃털색은 일반적으로 자손에게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다. 깃털의 색을 결정한 먹이 성분이 생식세포의 유전정보를 바꾼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환경이 만든 변화는 어떤 경우에도 유전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유전자 작동 방식이 달라지는 후성유전 현상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논쟁은 고등학교 생명과학Ⅱ 교과서에 제시된 비둘기의 깃털과 홍학의 깃털색 사례에서 시작됐다. 교과서는 환경에 의해 생긴 획득형질이 자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두 사례를 설명했다. 창조 신앙을 가진 한 청소년은 이 설명이 후성유전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며 청소년 정책 제안 창구에 문제를 제기했고, 관련 학술단체는 약 6개월 동안 검토했다.
후성유전은 DNA 자체의 배열을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 등의 영향으로 유전자의 발현 방식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변화 가운데 일부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일부 후성유전 사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홍학의 먹이에 따른 색 변화가 장기간 유전되거나 새로운 종의 출현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 자연선택으로 생긴 집단의 변화와 개체가 환경에 반응해 나타낸 변화는 구분해야 한다.
검토 결과는 교과서의 기본 설명을 유지하되 표현을 더 명확히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해당 청소년도 과학계의 설명을 받아들였으며, 제안에 참여한 기관은 답변과 교과서 반영 여부가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점을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했다. 2011년부터 이어진 청소년 제안 활동은 이번 사례를 통해 창조론과 진화론의 단순한 대립보다 과학적 개념의 범위와 한계를 점검하는 논의로 확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