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영, 16년 만에 이집트 신화로 귀환
핵심 요약
홍은영 작가가 16년 만의 신작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를 네이버웹툰에서 연재하기 시작했다. 질서와 혼돈의 순환적 세계관을 이집트식 표기와 문헌 대조를 바탕으로 구현했다. 종이책식 작업 방식에 세로 스크롤 연출을 결합해 성인 독자를 위한 새로운 서사를 제시했다.
2000년대 초 학습만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로 어린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홍은영 작가(62)가 16년 만에 신작을 선보였다. 홍 작가는 지난달 22일 네이버웹툰에서 ‘홍은영의 이집트 신화’ 연재를 시작했다. 종이책 대신 웹툰을 택한 이번 작품에는 그리스와 로마를 넘어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고대 문명이 지식과 종교, 상징을 교류하며 형성된 과정을 담겠다는 구상이 반영됐다.
작품의 중심에는 질서와 혼돈이 대립하면서도 한 쌍으로 공존하는 이집트 신화의 세계관이 놓였다. 세계는 한 번 창조된 상태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듯 무너짐과 재건, 충돌과 균형을 되풀이하며 지속된다. 1화에서 떠오르는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을 출산의 피에 빗댄 장면도 이런 순환 구조를 압축한다. 거대한 신과 나일강, 하늘과 심연은 화면을 아래로 내릴수록 규모가 드러나도록 연출됐다.
고증과 세계관 구축에는 조수현 글작가가 중심 역할을 맡았다. 피라미드 텍스트와 ‘사자의 서’ 등 여러 문헌을 서로 대조해 신들의 성격과 관계를 정리했으며, 널리 알려진 그리스식 이름 ‘아포피스’ 대신 이집트식 표기인 ‘아페프’를 사용했다. 화풍도 고대 그리스 조형에서 두드러지는 근육의 입체감과 구별되도록 길고 정교한 신체 비율에 무게를 뒀다. 기존 독자들이 새 인물을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과 곧바로 겹쳐 보지 않게 하려는 선택이다.
이번 신작은 홍 작가가 처음 시도하는 세로 스크롤 만화다. 원고는 익숙한 종이책 페이지 형식으로 먼저 완성한 뒤 웹툰의 호흡에 맞춰 장면을 나누고 재배치한다. 과거 작품을 교실에서 돌려 읽던 어린 독자들은 이제 20·30대가 됐고, 작가 역시 자신의 만화가 한 세대의 어린 시절에 오래 남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새 연재는 추억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깊어진 서사와 복잡한 질문을 통해 성인이 된 독자가 현재의 시선으로 이집트 신화를 만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