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원인, 강우량 아닌 유출계수에 주목해야
핵심 요약
강수와 침수 사이에는 유출계수라는 핵심 지표가 존재하며, 같은 비라도 유출계수에 따라 침수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기후변화로 강우량 증가는 어쩔 수 없지만, 유출계수는 도시 설계와 물관리 정책으로 개선 가능하다. 언론과 정책은 강우량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유출계수 관리와 물순환 회복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기록적인 폭우가 잇따르면서 언론은 강우량에 집중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왜 같은 비가 어떤 지역에서는 큰 침수로 이어지고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강수와 침수 사이에 유출계수(runoff coefficient)라는 핵심 지표가 존재하며, 이를 간과할 경우 홍수 문제의 절반만 이해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유출계수는 내린 비 중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을 따라 흘러가는 물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문학적 개념이다.
같은 100mm의 비가 내려도 숲과 같은 자연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빗물이 토양에 스며들고 저장되지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에서는 대부분이 곧바로 하천으로 흘러가 침수를 유발한다. 우리나라의 물관리 정책은 오랫동안 빗물을 빨리 바다로 버리는 데 초점을 맞춰 배수관을 확대하고 하천을 직선화해 왔으나, 기후변화로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하류의 홍수를 키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산림 역시 숲가꾸기나 임도 개설 등 관리 방식에 따라 유출계수가 높아질 수 있어 산사태 위험 요인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의학에서 선천적 질환과 후천적 질환을 구분해 치료하듯, 홍수도 강우량이라는 선천적 조건과 유출계수라는 후천적 조건을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우량 증가는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지만, 유출계수는 도시 설계와 물관리 정책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자연은 수천 년 동안 폭우에 적응해 왔지만, 최근 수십 년간의 급속한 개발로 숲과 습지, 논 등 빗물을 저장하고 침투시키는 완충 기능이 크게 약화되었다.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강우량을 탓하는 대신 유출계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건물 옥상 빗물 저장, 투수성 포장 확대, 자연형 하천 복원, 습지 보전 등 물순환 회복 정책이 필요하며, 이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앞으로 물관리 성과는 댐이나 배수관 확장이 아니라 유출계수를 얼마나 낮추고 빗물을 오래 머물게 했는지로 평가되어야 한다. 언론도 '기록적인 강수'라는 표현에 그치지 않고 유출계수 변화와 물순환 회복 방안을 함께 보도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희망과 해결책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