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뒤 가려진 기업대출 부실…부동산·유통권 위험 부각
핵심 요약
반도체·AI 등 일부 업종의 호황이 기업 전체의 개선으로 비쳐도 중소기업과 취약업종의 부실 위험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도소매업 대출 비중은 금융권 기업대출의 60%를 넘어 고금리 장기화 시 금융시장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 단순 금융지원보다 자금 배분 개선과 엄정한 기업평가, 채무자 참여를 보장하는 선제적 구조조정이 과제로 제기됐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실적 개선이 국내 기업 전반의 수익성과 상환능력을 끌어올린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의 과실은 일부 업종에 집중돼 있다. 건설·부동산·도소매 등 취약업종의 부실 위험은 커지고 있어, 호황 지표가 금융권의 잠재 위험을 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금융자금 배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2025년 2.7%에서 2026년 1분기 19.6%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7.3%에서 18.0%로 상승했다. 평균 이자보상배율도 5.2배에서 13.6배로 높아졌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34.2%에서 46.3%로 늘었다. 반도체·AI와 운송장비·전기전자 업종의 호황과 달리 중소기업의 적자가 이어지며 격차가 확대됐다.
취약업종은 최근 10년간 성장성·수익성 평균이 크게 낮거나 업황 부진이 3년 이상 이어진 업종을 가리킨다. 건설·부동산업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악성 미분양과 공사비 급등으로 타격을 받았고, 도소매업은 유통의 온라인화와 고금리·고환율에 따른 내수 부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졌다. 건설업과 금속제품업의 대출 비중은 각각 4.6%, 4.1%, 석유화학은 2.9%로 낮지만, 부동산업과 도소매업은 합쳐 60%를 넘는다.
부동산·도소매업은 비은행권과 중소기업 대출 비중도 높아 고물가·고금리가 길어질 경우 연체와 부실이 신용위험으로 번지고 금융시장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낮아졌던 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는 흐름이다. 정책금융이 미래 전략산업에 집중되는 가운데 저생산성 업종에 묶인 자금의 재배분이 과제로 떠올랐다. 단순 지원과 만기 연장만으로 기업을 연명시키기보다 엄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채무자도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조정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