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초경질유 국내 첫 반입…정제설비가 변수
핵심 요약
국내 정유사가 호주 가스전에서 생산한 초경질유 30만 배럴을 처음 반입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60%를 웃도는 가운데 공급처 다변화가 추진되고 있다. 중질유 중심의 기존 정제설비를 경질유에 맞추려면 수개월과 수조 원대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정유사가 호주산 초경질유를 처음 들여왔다. 인천북항에 입항한 11만 톤급 유조선에는 호주 가스전에서 생산된 초경질유 30만 배럴이 실렸다. 해당 정유사는 이 가스전의 시추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했으며, 반입 물량은 파이프를 거쳐 저장시설로 옮긴 뒤 정제할 예정이다. 민간업체가 생산한 초경질유가 국내에 반입된 첫 사례다.
초경질유는 일반 원유보다 가벼워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비롯해 항공유와 등유, 경유 등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통상 호주에서 생산된 원유는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인접 국가에 판매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와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뒤 이번 생산 물량을 국내로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이번 반입은 중동 이외 지역으로 원유 조달처를 넓히려는 움직임의 하나다.
국내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60%를 크게 웃돈다. 중동산 원유는 불순물이 많은 중질유가 주류여서 고도의 정제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 정유업계는 과거 가격이 낮은 중동산 중질유를 들여와 여러 차례 정제한 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으로 수출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생산시설도 중질유 처리에 맞춰 설계되고 운영돼 왔다.
북미와 유럽, 호주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대부분 경질유여서 기존 설비에 대규모로 투입하면 경제성이 낮아질 수 있다. 설비에 최적화되지 않은 원유를 사용하면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중국이나 일본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경질유 도입 확대를 위해 시설을 정비할 경우 수개월이 걸리고 비용도 많게는 수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급선 다변화와 함께 정유사의 설비 개선을 유도할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