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합의 멈춘 이란, 분산된 권력이 서명 막아
핵심 요약
호르무즈해협 통항 협상이 이란 권력 내부의 승인·책임 분산 속에 최종 서명을 마치지 못했다. 통항료와 제재 해제 순서, 핵 문제 처리 시점을 둘러싼 쟁점도 해소되지 않았다. 최고지도자의 장기 잠행과 대통령 사임설 속에 물가·환율 충격까지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를 흔든 호르무즈해협 통항 협상이 합의문 초안과 항로 좌표에 대한 기본 이해를 마련하고도 최종 서명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최고 승인권자인 모즈타바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취임 후 5개월째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혁명수비대와 행정부의 충돌까지 겹쳐, 어느 권력도 합의를 책임지고 마무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검토 중인 구상은 걸프만 진입 선박을 이란 쪽 항로로, 출항 선박을 오만 쪽으로 운항시키는 방식이다. 진입 항로를 관리할 이란은 5~7%의 수수료를 요구했고 오만은 3%를 제시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국제 수로의 통항료 부과에 반대한다. 이란은 항만 봉쇄와 일부 제재의 선제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합의 이행 순서와 개전 원인인 핵 문제를 다룰 시점도 정리되지 않았다.
이란 권력은 최종 재가를 맡는 최고지도자, 군사·안보를 장악한 혁명수비대와 최고국가안보회의, 실무 협상을 담당하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과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집행과 민생을 책임지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행정부로 나뉘어 있다. 협상 문안은 안보회의 검토와 혁명수비대 수용, 최고지도자 승인을 거쳐야 한다. 실용파와 초강경파는 서로 최고지도자의 뜻을 대변한다고 맞서고 있다.
모즈타바는 지난 3월 부친 알리 하메네이 사망 뒤 최고지도자에 올랐으나 영상이나 음성 없이 서면 메시지만 내고 있다. 페제시키안은 지난달 21일 접촉이 늘고 있다고 밝혔지만 6일에는 소통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28차례 사임을 거론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양측은 부인했다. 지난 3월 식품·음료 물가는 113.8%, 빵·곡물은 140%, 유제품과 달걀은 116.8% 상승했다. 달러 환율은 1월 150만 리알에서 지난달 194만 리알을 넘었고, 정부는 보조 환율을 없애는 대신 월 7달러 상당을 지급하고 있다. 생필품 절도와 매장 내 취식이 늘고 전통시장 상인들까지 반정부 시위에 가세하면서 지도부의 결정 지연과 민생 악화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