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파견 논의, 안전과 국익 우선한 결정 필요
핵심 요약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안전을 위해 군함 파견을 사실상 전제로 한 방안을 협의 중이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한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고, 정부는 다국적 논의에 참여해왔으나 최근 안보 협의 돌파구를 위해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군함 파견은 안전 위험과 이란과의 관계 악화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결정과 국익 보호가 필요하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안전을 명분으로 군함 등 군 자산 파견을 사실상 전제로 한 구체적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미국의 반복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파견 여부를 공식 결정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파견을 염두에 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게 취재 결과 드러난 핵심 내용이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지난 4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군함 파견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이에 직접 동참하는 대신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40여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논의에 합류해 종전 후 해협 재개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이는 이란을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에 참전하는 형식을 피하면서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통항 자유를 지키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중동전쟁이 격화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봉쇄되자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들에 해군 자산 파견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기대해온 핵추진잠수함 도입,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한·미 안보 협의는 쿠팡 사태 등과 맞물려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미국의 거듭된 요청을 외면하기 어렵고, 안보 협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군함 파견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미국과 공조하려는 움직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은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매우 중요하지만, 상선 수송로 확보를 위해 함정을 파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좁은 해협에서의 작전은 이란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함을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군함은 종전 후나 최소한 무력 충돌이 완화된 시점에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란과의 관계 악화도 고려해야 한다. 중동에 보낼 군 자산의 지원 대상과 범위, 한국의 역할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았고, 국회 동의 등 국내법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실제 파견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한·미 동맹, 국제 공조, 미·이란 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신중히 결론을 내려야 하며, 그래야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