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쌓인 EU 집행위, 선망의 일터에 번지는 피로감
핵심 요약
EU 집행위원회가 지정학적 현안 증가로 업무 부담과 내부 피로를 겪고 있다. AD5 공채에는 1천490명 모집에 약 17만5천명이 지원했지만 괴롭힘 상담도 1천건에 육박했다. 가을부터 중국·미국과의 무역 갈등, 에너지 비축, 우크라이나전과 이민 문제 대응이 이어진다.
벨기에 브뤼셀의 베를레몽 빌딩에 자리 잡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지정학적 현안의 동시다발적 확대로 내부 피로를 겪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아래 27개 회원국 출신 직원 3만명이 정책 입안과 공동 이익 수호를 맡고 있지만, 역할이 커진 만큼 업무 부담과 근무 환경을 둘러싼 불만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집행위는 높은 급여와 고용 안정성을 갖춰 유럽에서 손꼽히는 선망의 직장이다. 올해 초 7년 만에 재개된 초급 행정관 AD5 공채에는 1천490명 모집에 약 17만5천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100대 1을 크게 웃돌았다. 초봉은 최고 월 7천 유로, 약 1천300만원에 이른다. 양질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 출신 지원자들의 관심도 특히 높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동 대응과 안보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관리, 대중국 무역 적자 대응이 한꺼번에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성과를 요구하는 고위직의 압박 속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2024년 가을 괴롭힘 신고 상담 제도가 도입된 뒤 관련 상담 요청은 1천건에 가까워졌다.
8월 휴가철을 맞아 베를레몽 빌딩은 회의와 기자회견이 크게 줄었지만 가을부터 다시 긴박한 일정이 예상된다. EU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갈등을 풀 시한을 10월로 잡았으며, 미국과의 빅테크 규제 관련 무역 마찰과 겨울철 에너지 비축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에너지 시설을 둘러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공방과 5년째를 향하는 전쟁,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의 이주민 무단 난입으로 재부상한 이민 문제까지 집행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