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가, 공허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주술사
핵심 요약
헨니 알프탄의 그림 '아브라카다브라'는 '베로니카의 베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예술가의 붓질이 성물을 대체함을 보여준다. 현대인은 세속화된 세계에서 사물의 의미를 스스로 부여해야 하며, 예술가가 새로운 주술사 역할을 한다. 작품 제목은 마술 주문에서 따와 현대 예술이 공허한 세계에 의미를 불어넣는 행위임을 암시한다.

핀란드 화가 헨니 알프탄이 2014년에 그린 유화 '아브라카다브라'는 검은 배경 위에 흰 천을 든 손과 그 천 중앙의 회갈색 붓 터치를 극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 평범해 보이는 그림은 서양미술사의 오랜 전통인 '베로니카의 베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예수의 얼굴이 찍힌 성물 대신 예술가의 붓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베로니카의 베일'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갈 때 베로니카라는 여인이 그의 얼굴을 닦아주자 천에 얼굴이 찍힌 기적에서 유래한 성물이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성물이 기적을 일으키고 병을 고친다고 믿었으며, 이러한 믿음은 순례와 상업을 발달시켜 도시를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당시 사물은 의미와 위력으로 충전되어 세계가 주술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현대인은 세속화된 세계에서 살아간다. 정치사상가 찰스 테일러에 따르면, 현대인은 신이나 주술에 대한 믿음을 당연시하지 않으며, 의미는 세계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구성해야 하는 것으로 변했다. 사물은 더 이상 위력을 지니지 않고 단순한 상품으로 전락했으며, 인간은 공허한 세계 속에서도 의미에 대한 갈망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알프탄의 그림 제목 '아브라카다브라'는 마술이나 기적을 행하는 주문에서 따온 것으로, 현대 예술가가 새로운 의미망을 창조하는 주술사임을 암시한다. 15세기 한스 멤링의 '베라 아이콘'에는 성녀 베로니카가 함께 그려졌고, 가브리엘 폰 막스의 작품에는 천만 등장했지만, 알프탄은 얼굴 없는 손을 그려 예술가 자신이 현대의 성물을 창조하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미술관을 찾아 공허를 채우고 경배할 대상을 찾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