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 시대, 은행 금고에 동전이 쌓인다
핵심 요약
무현금화로 동전 유통이 줄면서 시중은행 금고에 동전이 쌓이고 있다. 은행들은 지정 시간대 동전 접수와 전문 운송업체를 이용해 대응하지만 한국은행 인수 일정에 맞춰 보관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한국은행은 동전 수거가 발행을 초과하는 상황에서도 발행 중단 없이 재유통과 폐기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무현금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예상치 못한 골칫거리를 안고 있다. 바로 금고에 쌓여가는 동전 때문이다. 더 이상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 잔돈 동전이 은행의 물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은행들은 이 동전들을 보관했다가 한국은행에 반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동전이 지폐보다 무겁고 처리 과정이 복잡해 취급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동전 입금이 늘어나자 많은 은행 지점은 특정 시간대에만 동전을 받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객들은 동전계수기에 동전을 넣어 분류·포장한 뒤 지폐로 교환하거나 계좌에 입금한다. 포장된 동전은 지점 금고에 보관됐다가 한국은행으로 운송된다. 경기도의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지폐는 들어오고 나가지만 동전은 들어오면 좀처럼 나가지 않는다. 분류하고 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게도 훨씬 무겁다"고 말했다. 서울 지점은 한국은행 본부로, 지방 지점은 지역 본부로 동전을 보낸다.
현금 운송은 보안 요건을 갖춘 전문 업체가 맡는다. 이들 업체는 금고와 GPS 추적 장치를 갖춘 특수 장갑차를 사용해야 하며, 직원들은 한국은행 출입을 위해 신원 확인과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운송비는 동전 1회 약 5만원, 지폐 1회 약 7만원부터 시작하며 무게에 따라 추가 비용이 붙는다. 은행 관계자는 "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원할 때 보낼 수 없다는 점"이라며 "한국은행이 동전 인수를 받는 날짜가 정해져 있어, 그날 못 받으면 다음 이송일까지 보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부담은 시중은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은행도 동전이 계속 쌓이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기업·금융기관이 보유한 동전 가치는 2020년 2조3600억원에서 2025년 2조2200억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유통되는 동전이 줄면서 결국 한국은행 금고에 동전이 모이는 구조다. 한국은행 화폐관리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물리적 한계로 추가 인수가 불가능한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새 동전 발행 대신 기존 동전 재유통에 의존하고 있으며, 지난해 수거한 동전이 새로 발행한 동전보다 355억원 많아 6년 연속 수거 초과를 기록했다. 재유통되지 못한 동전은 폐기 처리해 산업용 소재로 재활용하는데, 지난 5월부터는 동전을 압축해 금속 블록으로 만드는 웨이플링 방식으로 폐기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동전 발행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