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회의록 부재, 축구협회와 닮은꼴 논란
핵심 요약
박지성 혁신위원장이 회의록 미작성 논란에 대해 발언 공개 부담을 이유로 설명했다. 혁신위는 회의록 없이 브리핑으로 대체했지만, 공공기록물법상 회의록 작성 의무가 지적된다. 축구협회의 폐쇄적 운영을 개혁하려는 취지와 달리 과정의 투명성 부족으로 신뢰 훼손 우려가 제기된다.
박지성 K-축구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제4차 회의 직후 회의록 미작성 논란에 대해 "혁신을 위해서는 각 위원의 발언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런 부분들을 모두 발언록에 기재하면서까지 하는 건 결국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 달 23일 혁신위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는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 회의 결과를 참고해 주길 바란다'고 적혀 있어 논란이 일었다.
박 위원장은 위원들의 발언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오해나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 있어 자신이 각 회의 후 직접 브리핑하는 방식으로 대신했으며, 핵심 안건은 문서로 정리해 보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의록이 없으면 어떤 현안이 논의됐고, 위원들은 어떤 의견을 냈으며, 이견이 있었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 조정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8조는 차관급 이상 주요 직위자가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주요 정책 심의·의견조정 회의에 대해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혁신위에는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혁신위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축구협회와 한국 축구 시스템 전반을 손보겠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출범시킨 기구다. 한국 축구 '레전드' 박지성, 이영표를 비롯해 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 법조계와 학계 등 인사가 참여했으며, 축구협회장 선거제도 개편과 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개선 등 한국 축구의 '기본'을 다시 세우겠다는 취지다. 출범 과정에서는 축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으로 비칠 가능성을 의식해 최휘영 장관이 공동위원장에서 위원으로 물러나고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공동위원장이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정관에 축구협회의 제3자에 의한 부당한 영향으로부터의 자율성을 명시하고 있다.
축구협회가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배경에는 정몽규 전 회장 체제의 폐쇄적 운영 논란과 2024년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논란이 있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렸는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축구협회를 바꾸겠다며 출범한 혁신위가 같은 논란의 씨앗을 남겨서는 곤란하다. 지난달 27일 혁신위가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기존 100∼300명 수준에서 1만 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은 분명 혁신적이다. 이제 선거인단 구성 '기준' 등 더 첨예한 논의를 이어가야 하며, 그럴수록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혁신위가 스스로 과거 축구협회처럼 밀실 논의라는 오해를 살 만한 일을 만들어선 안 되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