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숙여야 드나드는 미화원 휴게실
핵심 요약
허리를 숙여야 출입할 수 있는 환경미화원 휴게공간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법은 휴게시설의 면적과 천장 높이, 온습도, 조도와 기본 비품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현장 실효성을 높이려면 시설비 지원과 근로감독, 제재가 병행돼야 한다.
성인 한 명이 허리를 펴기 어려울 정도로 천장이 낮은 환경미화원 휴게공간이 온라인에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게시된 영상에는 ‘미화원 대기실’ 표지판과 함께 몸을 깊이 숙여야 통과할 수 있는 좁은 입구가 담겼다. 건물의 남는 공간을 막아 임시로 조성한 듯한 구조를 두고 휴식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실내에는 의자와 냉장고가 놓여 있었지만 층고와 면적이 충분하지 않아 서서 움직이거나 편안히 쉬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영상 제작자는 쉬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공간 설계에 불만을 나타냈고, 누리꾼들도 창고를 억지로 고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적 요건을 형식적으로 맞추는 데 그치고 노동자의 이동 동선과 실제 이용 여건은 외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28조의2는 사업주에게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부과한다. 제도는 2022년 8월 50인 이상 사업장에 먼저 시행됐고, 이듬해 8월부터 20인 이상 사업장과 청소·환경미화원 등 취약 직종 근로자가 2명 이상인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휴게시설은 바닥 면적 6㎡ 이상, 천장 높이 2.1m 이상이어야 하며 온도 18~28도, 습도 50~55%, 조도 100~200럭스를 유지할 설비와 의자·식수도 갖춰야 한다.
현장에서는 노동자 수와 관계없이 최소 기준의 작은 휴게실 하나만 설치해 실용성이 떨어지거나, 작업 장소에서 멀리 떨어져 차량 안에서 쉬는 편이 낫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하철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에 샤워실이나 세면대가 없는 경우도 있으며 공간과 예산 부족이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장마·폭염·한파에 노출되는 환경미화원에게 휴게실이 체력 회복 공간으로 작동하려면 건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고, 지자체의 비용 지원과 정부의 근로감독·제재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