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물류 전쟁 확산…파나마 운하도 긴장 고조
핵심 요약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이후 홍해·흑해 등 주요 항로에서 해상 분쟁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곡물·석유 수출의 상당 부분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됐다. 다음 격전지로 파나마 운하가 거론되며 해운 업계는 우회로 확보와 재고 비축 등 대비에 나섰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미국에 전략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홍해와 흑해 등 전 세계 주요 해협과 항로에서 유사한 군사적 충돌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해상 운송이 전 세계 상품 교역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만큼, 주요 항로에서의 분쟁은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해상 전쟁'이 새로운 세계 질서로 자리 잡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퀀텀 스트래티지의 글로벌 전략가 데이비드 로슈는 최근 우크라이나 드론이 흑해와 아조프해 인근에서 러시아 선박을 공격한 사례를 주목했다. 그는 이번 공격이 미사일을 보조 수단으로 두고 사실상 드론이 주도한 최초의 해상 공격이라고 평가했다. 드론은 저비용으로도 고가의 선박과 항만 등 해상 인프라를 위협할 수 있어, 러시아 곡물 수출의 약 25%와 흑해 석유 수출의 25~30%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가 국제 밀의 약 20% 이상을 생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식량 가격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싱크탱크 애틀린틱카운슬의 선임 연구원 예브게니아 가버는 러시아가 이달 초 케르치 해협의 통항을 제한한 점을 주목할 만한 대응으로 꼽았다. 케르치 해협은 흑해와 아조프해를 잇는 길목으로,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 인근에 있다. 아조프해는 원유뿐 아니라 곡물, 석탄, 철강 수송에도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다. 가버 선임은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공격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 및 상업 함대에 가해진 가장 중대한 타격 중 하나라고 평가했으며, 우크라이나는 2022년 이후 러시아 흑해 함대의 약 3분의 1이 약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다음 격전지로 남미의 파나마 운하를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베스푸치마리타임의 CEO 라르스 옌센은 이미 미국, 중국, 파나마 사이 패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 초 기후 영향으로 통항이 제한되면 선박 수용 용량이 줄어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해운 업계는 파이프라인 우회, 운임 할증료 사전 배정, 전진 기지 재고 확보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레바논 소속 알랭 베자니는 "전쟁이 영토에서 물류로 이동했다"며 "해협은 미사일이 아니라 보험사가 보장을 중단할 때 닫힌다"고 지적하고, 봉쇄가 풀려도 운송 비용과 신뢰 측면에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