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의 맛이 보여준 공존의 경계
핵심 요약
베이징의 람드레와 온지음이 한중 음식의 전통을 재해석한 협업 코스를 선보였다. 두 식당은 두부와 면 등 공통 재료를 활용하면서도 각 문화의 차이와 고유성을 살렸다. 문화적 소유권 주장과 혐오를 넘어 정확한 비판과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달 22일 중국 베이징의 채식 레스토랑 람드레에서 한국 한식당 온지음과 함께 마련한 저녁 코스가 공개됐다. ‘깊은 뿌리, 깊은 맛’을 주제로 한 첫 접시에는 활짝 핀 연꽃과 한입 크기의 음식이 담겼다. 어린 연근 줄기의 아삭함에 발효 동치미 국물의 새콤한 향이 더해지면서 익숙함과 낯섦이 한 접시에서 교차했다.
두 식당은 한식의 맑고 절제된 맛과 중식의 깊고 다채로운 맛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조리법과 감각이 머물 자리를 만들었다. 대표 재료와 소스를 단순히 섞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풍토와 기억 속 전통을 오늘의 요리로 풀어냈다. 양국에서 널리 쓰이는 두부 요리는 이런 협업의 성격을 선명하게 드러냈고, 한국과 중국의 면을 함께 넣은 궁중잡채도 코스에 올랐다.
이날 식탁은 양국 사회가 상대 문화를 대하는 방식도 돌아보게 했다.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부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이 김치와 한복을 중국 문화의 일부로 단정하며 한국이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맥락과 성취를 지우는 주장을 되풀이한다. 한국에서는 중국 정부와 정책을 향한 비판이 중국인과 중국 문화 전반에 대한 조롱으로 번지고, ‘중국산’이 가짜나 저질을 뜻하는 말처럼 소비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코스가 진행될수록 두 음식 문화의 닮은 점보다 차이가 부각됐다. 발효로 맛을 쌓는 방식과 같은 재료의 식감을 살리는 방법이 달랐지만, 그 차이는 협업을 가로막는 벽이 되지 않았다. 식사에 참여한 중국인 리는 두 종류의 면이 한 음식에서 예상 밖의 조화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음식이 외교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문화적 패권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상대를 함부로 모욕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