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청년이 다시 짜는 대등한 협력의 틀
핵심 요약
한일 청년층을 중심으로 문화 교류와 상호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식민지배에서 비롯된 정동과 외부 환경에 의존한 협력의 불안정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등한 관계 인식과 시민 간 신뢰로 형성되는 친밀권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제시됐다.
한국과 일본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상대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일본의 소셜미디어 화장품 광고에서는 한국 내 인기가 구매 요인으로 부각되고, 한국에서는 반일 구호가 옅어진 가운데 일본을 찾는 관광객과 현지 취업 청년, 일본 기업과 협업하는 스타트업이 늘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연이은 만남에서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며 관계 변화에 힘을 실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8월 발간하는 학술지 ‘일본비평’ 제35호는 이런 흐름을 ‘한일 관계의 새로운 지평’이라는 특집으로 다룬다. 김효진 교수는 한국산 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이석 센터장은 K팝의 반작용 속에서 되살아난 일본 라이브 아이돌 문화를 분석했다. 두 연구는 양국 문화를 우열 경쟁이 아닌 지속적인 융합 과정으로 바라본다. 카카오픽코마가 일본 디지털 만화 플랫폼 매출 1위를 지켜온 사례도 대등해진 문화 관계를 보여준다.
문화 교류의 확대만으로 오랜 갈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향진 교수는 영화 ‘곡성’과 ‘파묘’에서 논리적 판단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반일 정동을 짚었고, 남기정 교수는 식민지배 정동을 양국 관계의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이창민 교수는 최근 관계 복원의 배경에서 지경학적 위험을, 이주인 아쓰시 수석연구원은 미국으로부터 방기될 수 있다는 불안을 주목했다. 외부 환경이 이끈 협력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흔들릴 가능성을 안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은 상대국을 후진국이나 압도적인 선진국으로 기억하지 않는 청년층에서 선명해진다. 김경묵 교수는 국가 간 대립 속에서도 이어진 한일 시민연대의 신뢰를 제시했고, 홍종욱 교수는 단일한 공동 교과서보다 타국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역사를 성찰하는 방향을 제안했다. 지난해 10월 연세대와 릿쿄대 학생들이 윤동주의 삶과 시를 시극 ‘미안합니다 동주’로 무대에 올린 활동도 존중과 실천으로 쌓는 ‘친밀권’의 사례다. 광복 81주년을 맞아 대등한 이웃으로 성장한 청년들의 신뢰가 한일 관계의 지속성을 가를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