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겨울보다 전기 덜 쓰는 강원 고원
핵심 요약
태백·정선·평창의 여름철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5년간 겨울철 수준을 밑돌았다. 태백과 대관령에서는 2021년 이후 열대야가 한 차례도 관측되지 않았다. 높은 해발고도와 활발한 복사냉각, 약한 열섬현상이 서늘한 여름을 만든다.
전국적인 폭염으로 냉방 전력 수요가 치솟는 가운데 강원 태백·정선·평창에서는 여름철 주택용 전력 사용량이 겨울철보다 적은 흐름이 5년간 이어졌다. 한국전력공사의 2021∼2025년 시군구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 지역은 6∼8월 사용량이 12∼2월 수준을 밑돌았다. 태백은 매년 겨울철의 80%대에 그쳤고 정선과 평창도 80∼90%에 머물렀다. 강원도의 나머지 시군이 여름철에 겨울철의 최대 120%까지 사용하며 연중 정점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태백에서는 여름보다 겨울에 전기요금 문의와 민원이 더 많이 접수된다. 최근 폭염이 잦아지며 에어컨을 설치하는 가구가 늘었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저녁 기온이 낮아 냉방 수요는 다른 지역보다 크지 않다. 고령 인구가 많고 에어컨 없이 지내는 생활 방식에 익숙한 점도 사용량 증가가 제한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0년간 태백지사 사무실과 관사에는 에어컨이 없었으며, 지사 강당에도 올해 들어서야 냉방기가 설치됐다. 야외 영화 행사에서는 담요와 얇은 패딩을 준비하는 관람객도 적지 않다.
기상 관측값에서도 고원 도시의 서늘한 여름이 드러난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태백의 평균 폭염일수는 6월 0.3일, 7월 1.8일, 8월 2.2일이었고 열대야는 한 차례도 없었다. 정선은 같은 기간 평균 폭염일수가 6월 4.3일, 7월 13일, 8월 11.5일로 태백보다 많았지만 열대야는 7월과 8월 각각 0.5일에 불과했다. 평창 대관령에서는 지난해 7월 이틀만 폭염으로 기록됐고 열대야는 없었다.
태백은 시 전역이 해발 약 650∼900m에 자리하고, 대관령은 약 830m, 정선 고한·사북은 700∼900m 높이에 이른다. 고도가 100m 올라갈 때 기온이 약 0.65도 낮아지는 데다 맑고 건조한 산간 공기는 밤사이 지표의 열이 빠져나가는 복사냉각을 활발하게 만든다. 아스팔트·콘크리트와 자동차·냉방기에서 생기는 열이 축적되는 열섬현상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백두대간의 고위평탄면에 놓인 세 지역은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기온을 높이는 푄 현상의 영향도 제한돼 여름철 낮은 냉방 수요가 전력 사용량에 반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