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 협력, 해양동맹의 새 축으로
핵심 요약
한미 조선 협력이 전통적 안보동맹을 해양·산업 분야로 확장하는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함정 건조·정비 역량은 생산 기반이 약화한 미국의 해군력과 물류 경쟁력 회복에 활용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협력을 위해 투자 보호와 기술 협력, 공동 연구개발을 포괄하는 상설 제도가 필요하다.
세계 교역의 90% 이상이 바다를 통하는 가운데 한미동맹의 무게중심이 지상 안보에서 해양과 산업으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은 해군력과 물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함정과 상선을 대폭 확충해야 하지만, 한국은 설계·엔지니어링·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국으로 부상했다.
한국 조선소는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협력 범위도 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에서 함정 정비, 선대 현대화, 신규 군함 건조, 무인 수상·수중체계, 친환경 선박, 디지털 조선소와 스마트 생산기술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차세대 구축함과 잠수함 개발 경험은 인공지능 기반 해군 작전과 스마트 정비 표준의 공동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미국 조선업은 냉전 종식 이후 조선소와 숙련 인력이 줄면서 건조 능력과 해군 전력 확충 속도가 함께 떨어졌다. 존스법과 번스·톨레프슨 수정조항을 포함한 보호주의 해운 정책도 국제 경쟁력 약화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반면 한국은 일본·중국과 경쟁하면서 기술 투자를 이어가 상선뿐 아니라 구축함, 잠수함, 군수지원함을 독자적으로 설계·건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중국의 조선 시장 점유율과 해군력이 빠르게 커진 점도 미국이 동맹국의 생산 역량을 중시하게 된 요인이다.
과제는 보호주의 정책과 군함 건조 관련 법적 제한, 기술 보안, 방산 기술 이전, 미국 내 정권과 정책 변화에 따른 투자 불확실성이다. 양국은 일회성 정비·건조 계약을 넘어 상설 협력기구와 투자 보호 원칙을 마련하고, 세제 혜택·인허가·기술 보호·계약 이행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공급망 통합, 공동 수출, 차세대 해군 플랫폼 개발까지 제도화할 경우 철강·추진체계·전자·인공지능·소프트웨어·방산·원자력 분야와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산업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