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지속성, 판매보다 지역 공감에 달렸다
핵심 요약
한류의 지속성을 판단하려면 수출 규모와 조회 수를 넘어 지역별 공감의 깊이를 살펴야 한다. 한국 콘텐츠는 가족·공동체·성장·정의 등 지역마다 다른 정서를 중심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현지 창작자와의 공동 제작 및 번역·더빙 지원이 상호 협력형 한류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한류의 성과를 수출액과 조회 수만으로 판단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별 공감과 관계의 깊이를 살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6년 해외한류실태조사에서 한국 문화콘텐츠에 호감을 보인 응답자는 69.7%였지만, 한류 확산에 따른 부정적 현상에 공감한 비율도 37.5%였다. 2025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역대 최고인 149억달러를 기록했으나, 확산 규모가 문화적 지속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콘텐츠는 지역의 문화와 현실을 만나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가족·공동체와 관계의 책임, 중남미에서는 가족 연대와 운명적 사랑, 성장 욕구가 주요 공감 요소로 나타났다. 중동은 가족 유대와 어른에 대한 존중, 아프리카는 공동체의 연대와 위로·희망을 두드러지게 받아들였다. 북미는 자기 성찰과 감정적 공감에, 유럽은 독창적인 서사와 문화적 차이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뒀다.
이런 공감의 바탕에는 식민지배와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거친 한국 사회의 경험이 놓여 있다. 가족의 헌신과 세대의 희생, 계층 상승 욕망과 경쟁의 불안, 공정에 대한 갈망이 작품 속 이야기로 축적됐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존엄과 정의 회복을, ‘이태원 클라쓰’는 편견에 맞선 청년의 도전을 다뤘다. ‘폭싹 속았수다’는 좌절된 꿈과 부모의 희생, 가족의 사랑을 통해 보편적인 삶의 정서를 드러냈다.
한류의 영향은 콘텐츠 감상을 넘어 음식과 화장품, 패션 등 생활문화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농식품 수출은 104억달러, 화장품 수출은 114억달러를 넘어서며 각각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으로는 공감이 깊은 지역에서 관광·교육·생활문화의 접점을 넓히고, 장벽이 남은 곳에는 현지 창작자 교류와 번역·더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제작 역량과 현지 언어·감각을 결합한 공동 제작이 확대될 때 한류도 일방적 전달에서 상호 이해에 기반한 문화외교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