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토 협력 확대, 대러 외교 해법도 요구
핵심 요약
한국은 나토와 방산·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경색된 러시아 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현재의 한·나토 협력은 진영 결속보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중견국 간 전략적 보완성에 무게가 실린다. 공급망·첨단기술·방산의 선별적 협력과 러시아에 대한 국익 중심 관여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 외교가 미·중 전략경쟁에 더해 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이해관계까지 조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윤석열 정부 이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이 사실상 정례화됐고, 유럽의 재무장 과정에도 한국 방산업계가 깊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7월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한·나토 방산 파트너십 2.0’을 제안했고,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도 유럽과 인도·태평양 안보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한·러 관계는 대러 제재와 한국 기업의 현지 시장 철수, 북한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등으로 경색된 상태다. 한·나토 방산 협력 확대에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북한으로 첨단 군사기술이 이전될 가능성과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의 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 외교가 이전 정부의 친서방 기조와 실제로 어떻게 다른지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의 협력은 미국이 주도한 자유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 구도에서 추진된 과거와 전략적 배경이 다르다. 유럽은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한국은 핵무장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야 하며 양쪽 모두 미국의 안보 공약을 유지하면서 자강과 전략적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가치 중심의 진영 연대보다 중견국 간 전략적 보완성이 협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향후 한·나토 관계는 두 지역의 안보를 완전히 떼어놓는 분리론이나 하나의 군사적 공간으로 묶는 통합론보다 공급망·첨단기술·방산 분야를 선별적으로 연결하는 협력론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방산 협력은 외형을 과도하게 부각하기보다 실질을 다지는 방식이 요구된다. 동시에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북극 항로에서도 중요한 국가인 만큼,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사할린 액화천연가스 사업은 유지하는 일본처럼 국익에 따른 선별적 관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서방과의 반도체·조선·방산 협력을 살리려면 러시아와 중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외교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