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글로벌 AI 투자 심리 선행지표로 부상
핵심 요약
한국 증시가 AI 관련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의 선행지표로 부상했다.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은 거래 전 한국 증시를 확인하는 루틴을 갖췄으며, 코스피와 나스닥의 상관계수도 최근 5년 평균의 3배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더 이상 주변부 시장이 아니라 미국 AI·반도체 위험을 보여주는 장전 지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가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떠올랐다. 과거 주변부 시장으로 여겨졌지만, 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이 전 세계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치며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주요 금융 중심지의 펀드 매니저들 사이에서 거래를 시작하기 전 한국 증시를 확인하는 것이 일종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앤드루 잭슨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 일본 주식전략 책임자는 올해 초 20년 넘는 경력에서 처음으로 코스피 차트를 면밀 관찰 대상에 추가했다. 헤럴드 반 데어 린데 HSBC 아시아·태평양 주식전략 책임자는 최근 모든 회의에서 '한국'이 논의된다고 전했다. 하니 레다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 또한 매일 아침 한국 증시로 AI 투자 심리를 파악한다고 밝혔다.
한국 투자 심리에 좌우되는 거래 흐름이 글로벌 AI주의 방향을 24시간 내내 좌우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시장이 마감한 뒤에는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와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관심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지난주 이 같은 흐름이 두드러졌는데, AI 수요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코스피는 13일 하루 만에 9% 가까이 급락했고 이후 약세가 미국 증시로 번졌다. SK하이닉스 ADR도 9.3% 떨어지며 다른 주요 반도체주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증시와 미국 증시의 연계성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이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약 3배다. 이반 파인세스 티그리스파이낸셜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은 사실상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동일한 변동성 생태계에 편입됐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코스피는 미국 AI와 반도체 관련 위험을 보여주는 장전 지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이 더는 멀리 떨어진 부차적 신흥시장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