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술 규제 개입성 강화…한미 통상 변수로
핵심 요약
한국의 기술 규제는 아시아에서 개입 강도가 높은 모델로 평가됐다. 개인정보 규제는 범위와 집행 측면에서 유럽연합에 견줄 수준으로 분석됐다. 미 테크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규제 갈등이 한미 통상과 안보 현안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술 산업에 개입하는 규제 국가로 부상했다는 정책 분석이 나왔다. 미 무역대표부 출신 글로벌 기술 정책 전문가 로라 살스트롬 싱크테크 정책 컨설팅 창립자는 이달 6일 워싱턴DC 아시아정책연구소를 통해 공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규제 방식을 역내의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했다. 쿠팡 사태 이후 미국 정계와 행정부 주변에서는 미 테크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법 집행이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으며, 관련 갈등은 통상 문제를 넘어 안보 현안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의 규제 환경은 관할권 중복과 예측하기 어려운 개입, 외국 기업과의 제한적인 협의가 겹치면서 테크 기업의 부담을 키우는 구조로 분석됐다. 혁신 촉진을 정책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실제 집행에서는 개입주의적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플랫폼과 인공지능 감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점진적인 시행과 협의, 규제 당국 간 조율, 국제 규범과의 상호 운용성을 중시해 한국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고 개입 강도는 낮은 모델로 구분됐다.
이 같은 규제 성향의 배경에는 국가를 대표할 대기업을 육성하려는 정책 목표와 재벌 체제의 역사에서 비롯된 대기업 영향력에 대한 경계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두 목표 사이의 긴장은 경쟁법과 소비자보호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개인정보가 단순한 소비자 권익을 넘어 국가 주권의 구성 요소로 인식되고, 정보 수집과 이용에 대한 대중의 민감도가 높은 점도 강력한 데이터 보호 체계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6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타사 활동 정보 무단 수집 등을 문제 삼아 역대 최대인 총 6426억810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구글과 메타에도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된 가운데 한국의 개인정보 규제는 범위와 집행 강도에서 유럽연합에 견줄 수준으로 평가됐다. 데이터 거버넌스 우려가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디지털 플랫폼 규제로 확장되면서 추가 규제로 이어지는 흐름도 나타났다. 국내 산업 정책과 경제 주권 보호, 대형 시장 참여자에 대한 영향력 확보를 규제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체감하는 불확실성과 차별 가능성이 한미 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