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귀갓길에서 만난 딸의 작은 소나무
핵심 요약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아버지가 학원 귀갓길에서 계단 틈의 작은 소나무를 살폈다. 딸은 4학년 때부터 소나무에 물을 줬으며 옆의 잡초까지 함께 돌봤다. 아버지는 성장한 딸과 나란히 걷고 대화하기 위해 학원 마중을 이어가기로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딸의 학원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버지가 마중을 나갔다. 혼자 귀가할 수 있고 휴대전화도 지닌 딸이지만, 나란히 걷는 시간에는 집에서보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육교에서 손을 흔드는 딸은 멀리서 대학생처럼 보일 만큼 자라 있었고, 엄마의 키를 따라잡을 듯한 모습에서도 빠른 성장이 드러났다.
유치원 시절처럼 걸음을 늦춰 보폭을 맞출 필요도 없었다. 최근 여성용으로 구입한 250밀리미터 운동화 역시 달라진 딸의 모습을 보여줬다. 딸은 귀갓길에 3주 전 잃어버렸다가 찾은 학교 기념품인 투명 텀블러를 내밀었다. 안에는 오래된 물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아버지는 오랫동안 방치된 플라스틱 통을 다시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위를 피해 그늘진 계단으로 향하던 중 딸은 갑자기 아버지의 손을 잡아끌고 평소 다니는 왼쪽 길로 방향을 바꿨다. 계단 틈에는 새끼손가락보다 가늘고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돋아 있었고, 그 옆에는 비슷한 높이의 이름 모를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딸은 학교에 갈 때마다 이 소나무에 물을 줬다며 텀블러를 열어 뜨겁게 달궈진 틈에 물을 부었고, 잡초도 빼놓지 않았다.
딸이 소나무 싹을 발견해 돌보기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아 눈에 띌 때마다 물을 줬고, 이제 줄기 일부는 갈색으로 변해 단단해져 있었다. 딸은 작은 나무를 자신이 키우고 있다고 진지하게 여겼다. 아버지는 여린 소나무를 보살피는 딸과 단단하게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겹쳐 보며, 이런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이따금 학원 마중에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