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는 세계 3위, 마음건강은 34위… 예방 중심 사회정서교육 확산
핵심 요약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이 13년째 1위이고, 극단적 선택의 73%가 사전 위기 신호가 없는 침묵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마음건강 문해력 증진을 위한 사회정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참여 학생의 사회정서 역량이 유의미하게 향상됐다. 예방 중심의 이 교육 모델은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공교육 현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13년째 자살로 집계된 가운데,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의 73%가 사전에 뚜렷한 위기 신호를 보이지 않는 ‘침묵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세프 보고서에서 한국은 기초 학업능력 3위를 기록했지만 마음건강은 34위, 신체건강은 30위에 그쳤고, 15∼19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0.9명으로 40개국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조용한 붕괴’로 진단하며, 치료 중심의 사후 대응 대신 학교교육을 통한 예방적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 개발한 글로벌 가이드를 국내 환경에 맞게 재구성한 사회정서교육(SEL) 교재 ‘나를 찾는 마음여행’을 통해 학생들이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마음건강 문해력’을 키우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뿐 아니라 보호자와 교사까지 교육 주체로 참여시키며, 교사가 다시 교사를 양성하는 TtT(Train the Trainer) 모델을 도입해 학교 안에 지속가능한 정서 지원 체계를 구축하도록 설계됐다. 2025년부터는 서울시 리더교사 프로젝트로 이어져 약 50명의 교원이 연수에 참여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2025년 실시한 효과성 연구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13개 학교 학생 412명의 사회정서 역량은 평균 3.76점에서 3.96점으로 향상됐으며,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 문제 해결, 의사소통 등 핵심 역량과 삶의 만족도, 학업 동기, 또래 및 교사와의 관계에서도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교사들의 사회정서 역량은 평균 4.35점(5점 만점)으로 높았고, 워크북을 자신의 수업에 맞게 재구성해 활용하는 교사가 83.3%에 달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은 2024년 서울 지역 65개 학교 약 3만8000명을 대상으로 시작해, 2025년에는 서울시교육청과 협력해 전체 초·중·고교와 26개 위(Wee)센터에 총 15만 부의 교육 자료를 배포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5만 부 이상이 추가 보급됐다.
이 사업은 신한카드의 후원과 서울시교육청의 협력,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의 전문성이 결합된 협력 구조로 운영되며, 예방 중심 교육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미래 세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있다”며 장기적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유아·초등 저학년·초등 중학년 대상 단계별 교재와 데일리 콘텐츠를 추가 개발해 올해 하반기부터 보급하고, ‘SEL 월간 라이브’를 정례화해 교사들의 실천적 배움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마음건강을 읽기·수학처럼 학교에서 배우고 길러야 할 기본 역량으로 접근해야 하며, 위기 후 치료보다 일상에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예방이 새로운 교육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