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해법, 처벌 넘어 관계 회복으로
핵심 요약
경미한 갈등까지 교육청 심의로 넘어가는 학교폭력 사법화가 짙어지고 있다. 장난과 폭력은 의도성·반복성·힘의 불균형을 중심으로 구분해야 한다. 피해와 가해 학생 모두의 회복에는 책임 있는 교육과 곁을 지키는 어른이 필요하다.
상명초등학교 이수진 교감은 신간 ‘이것도 학교폭력인가요?’에서 교실 갈등을 곧바로 법적 판단에 맡기기보다 교육과 회복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방 교육으로 전체 신고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경미한 사안까지 학교장 자체 해결 대신 교육청 심의위원회로 넘어가는 학교폭력 사법화는 뚜렷해졌다는 진단이다. 실제 심의 사안의 약 25%가 학교폭력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나는 현실도 이런 변화를 보여준다.
최근 갈등은 비속어와 부모를 비하하는 표현 등 언어폭력에 사이버폭력이 겹치는 형태가 많다. 장난과 폭력을 가르는 기준으로는 의도성, 반복성, 힘의 불균형이 제시됐다. 힘의 차이는 체격뿐 아니라 인기와 또래 집단 내 지위에서도 생긴다. 처음에는 실수였더라도 상대가 싫다는 뜻을 밝혔는데 계속하면 폭력에 해당하며, 행위자만 즐거운 상황을 장난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 교감의 판단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부모는 자녀의 감정을 중심으로 보고, 교사는 여러 학생의 상호작용을 공정하게 살펴야 해 시선이 엇갈릴 수 있다. 이때 잘잘못을 둘러싼 대립보다 아이가 폭력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는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가치판단이나 추궁 없이 말을 들어야 하며, 가해 학생의 부모는 변명부터 하기보다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고 책임을 인정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상처를 겪은 아이가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는 곁을 지키는 어른이 안전기지가 돼야 한다. 같은 상처를 입어도 회복 속도가 달라지는 핵심 요인이 힘든 순간 함께한 사람의 존재라는 설명이다. 질투와 분노, 우월감이 장난으로 포장되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하고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도 필요하다. 이 교감은 상처받은 아이와 잘못 뒤에 숨고 싶은 아이를 함께 보듬되, 잘못은 바로잡고 사과는 자존심이나 핑계 없이 해야 한다는 교육 원칙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