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일상 파고든 정치 구호와 소수자 혐오
핵심 요약
서울의 한 사립고 교실과 강당에서 정치 구호와 고인 조롱, 소수자 혐오 표현이 확인됐다. 학생들은 혐오표현을 또래 집단의 친밀감과 소속감을 드러내는 언어로 사용하기도 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교실 밖 혐오 문화 개선과 참여형 인권교육 확대를 요구했다.
서울 동작구의 남학생 사립고 A학교 교실과 강당에서 정치 구호와 혐오·조롱 표현이 잇따라 확인됐다. 교실 뒤편에는 ‘부정선거 OUT’, ‘드럼통 가고 싶냐’가 적혔고, 중간고사 뒤 수거한 쪽지에는 ‘멸공’, ‘윤어게인’, ‘트럼프 만세’가 등장했다. 강당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한 그림과 ‘노무현은 살아있다’, ‘응디’ 등의 낙서도 남아 있었다.
박범철 A학교 교사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 이 사례들을 공개했다. 학생 대표인 공항고 신지혜 씨는 학생들이 뜻을 정확히 모른 채 혐오표현을 따라 쓰며, 또래 대화에 어울리고 소속감을 얻는 수단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표현의 폭력성에 대한 경계와 문제의식이 약해진다는 진단이다.
교사들은 교실의 혐오가 성소수자와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소수자를 주로 겨냥한다고 밝혔다. 초등교사 홍승희 씨는 성소수자 혐오가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놀이처럼 소비되지만 당사자의 피해를 인식하는 정도는 낮다고 지적했다. 여성혐오나 정치인·국가폭력 피해자 모독은 은어와 맥락으로 코드화돼 교사가 알아차리고 지도하기도 어렵다. A학교 여교사는 정상적인 수업 중에도 ‘꼴페미냐’는 말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학생 개인을 극우화로 낙인찍기보다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생산·확산되는 교실 밖 혐오 문화를 함께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A학교 앞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과 선거운동 당시 드럼통 촬영 장면이 학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사례도 제시됐다. 고민정 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서울시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영상 시청이나 외부 강연 중심 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고, 토론형 수업 확대와 참여 보상, 학교문화 변화에 대한 실질적 평가, 인권교육 시간 확충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