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으로 되살린 귀향, 인간의 양심을 묻다
핵심 요약
‘오디세이’는 신화적 장관보다 죄를 마주하고 인간성을 되찾는 귀향에 집중한다. 65㎜ 아이맥스 필름과 실사 촬영은 자연 앞에 선 인간의 작고 외로운 모습을 강조한다. 환대의 윤리인 크세니아는 전쟁의 폭력과 오디세우스의 속죄를 잇는 핵심 주제로 작동한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화려한 신화의 재현보다 인간의 유한함과 성찰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풀어냈다. 기억을 잃고 칼립소의 섬에 머무는 오디세우스와 이타카에서 수의를 짰다 풀기를 반복하는 페넬로페의 멈춘 시간을 나란히 배치하고, 죄를 직시한 영웅의 귀향을 통해 두 사람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 전편은 65㎜ 필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됐으며 사용된 필름 길이는 640㎞에 이른다. 거인족 장면에는 실제 배우들의 키 차이와 원근법, 착시가 활용됐고, 키르케 섬의 환영과 해일·소용돌이를 통과하는 해양 장면은 실사 장치와 편집으로 완성됐다. 이타카 절벽 아래에서 무예를 익히는 텔레마코스의 롱숏과 수평선을 화면 위에 둔 구도는 광대한 자연 속 인간의 고립감을 부각한다.
맷 데이먼은 승리의 영광보다 전쟁의 기억과 과오에 짓눌린 늙은 군인으로 오디세우스를 표현한다. 원작에 없는 하인 시논은 베르길리우스의 전통을 토대로 비중 있게 각색돼 거짓과 약탈, 희생으로 이어지는 전쟁의 이면을 드러낸다. 젠데이아가 맡은 아테나는 트로이 함락 때 희생된 여사제의 얼굴로 나타나며, 오디세우스의 내면에서 죄책감을 일깨우는 양심의 거울로 기능한다.
서사의 중심에는 낯선 이를 음식과 잠자리로 대접하는 환대의 윤리 ‘크세니아’가 놓인다. 트로이인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목마를 성안에 들였지만 그리스군은 이를 학살로 되갚고, 이 폭력은 이타카에서 나그네를 업신여기는 구혼자들의 행동과 맞물린다. 거지 모습으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구혼자들을 단죄한 뒤 페넬로페에게 죄를 고백하고 왕좌를 내려놓는다. 영화는 무너진 약속을 회복하고 타인과 자신의 양심을 마주하는 일을 진정한 귀향의 조건으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