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파지 치료로 내성 대장균 환자 첫 회복
핵심 요약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탑재한 박테리오파지 치료로 항생제 내성 대장균 환자가 회복했다. 치료 일주일 만에 복부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고 방광 혹은 절반으로 줄었다. 단일 사례의 한계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시험과 미국 임상 2상이 진행되고 있다.
신장 이식을 받은 뒤 항생제 내성 대장균에 감염돼 위중한 상태에 빠졌던 65세 남성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탑재한 박테리오파지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사이마 아슬람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의대 교수 연구진이 적용한 이 치료는 유전자 가위로 무장한 파지를 환자에게 사용해 성공한 첫 사례다.
환자는 이식 수개월 뒤 어떤 항생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대장균에 감염됐고, 방광에는 큰 혹이 생겼으며 복부 상처도 열린 채 남았다. 기존 치료로 감염을 제거하지 못하자 덴마크 바이오 기업 스니퍼 바이옴의 치료제 SNIPR001을 투여했다. 일주일 만에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고 방광 혹의 부피는 0.74L에서 0.37L로 줄었다. 다만 앞서 사용한 새로운 항생제와 파지가 함께 효과를 냈을 가능성이 있어 단일 사례만으로 내성균 제거 효능을 확정하기는 어렵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 표면에 구멍을 내 DNA를 주입한 뒤 숙주의 복제 장치를 이용해 증식하고 세균을 터뜨린다. SNIPR001에는 대장균 DNA만 찾아가는 가이드 RNA와 표적 DNA를 분해하는 캐스3 효소가 들어갔다. 일반적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캐스9이 결합 부위를 자르는 것과 달리 캐스3는 대장균 DNA를 분해한다. 세균이 바이러스 유전자를 기억하고 절단하도록 진화시킨 방어 체계를 과학자들이 세균 공격 수단으로 바꾼 것이다.
파지는 1896년 어니스트 핸킨이 인도에서 처음 발견했고, 펠릭스 데렐이 1917년 ‘박테리아를 먹는다’는 의미의 이름을 붙였다. 1920~1930년대 이질과 패혈증 치료에 쓰였으나 1940년대 페니실린 보급 뒤 활용이 줄었다가 내성균 확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스니퍼 바이옴은 추가 임상시험을 추진하며 환자 부담 방식의 시험 요청 12건을 받은 상태다. 미국에서는 대장균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암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파지의 임상 2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