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화재 위험에 갇힌 장지동 비닐하우스촌
핵심 요약
폭염 속 화훼마을의 에어컨 없는 주택 실내온도가 40도를 오르내렸다. 달궈진 LPG 가스통과 밀집한 비닐하우스로 화재 위험도 커졌다. 재개발과 이주 논의가 장기간 답보하면서 약 70가구가 취약한 환경에 남아 있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장지동 화훼마을은 비닐하우스 지붕과 주변 도로에서 뿜어져 나온 열기로 달아올랐다. 스티로폼과 합판을 덧댄 주택 지붕에는 직사광선을 가리려는 검은 차양막이 이어졌지만, 차양막이 열을 흡수해 실내가 바깥보다 더 더운 집도 있었다. 마을 자치회 총무 현순복씨(72)의 집은 에어컨을 40분 넘게 가동한 뒤에도 실내온도가 32도에 머물렀다.
에어컨이 없는 인근 A씨 집의 실내온도는 40도를 오르내렸다. A씨는 현관문을 열고 선풍기에 의지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피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공간은 대형 에어컨을 갖춘 마을회관이지만, 지난 4월 화재로 집을 잃은 주민이 임시 거주 중이어서 다른 주민들은 저녁 무렵 자리를 비운다. 소방청은 이날 오후 3시 전국의 폭염 화재위험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높였다.
주민 대부분이 취사용으로 쓰는 LPG 가스통은 맨손으로 만지기 힘들 만큼 뜨거웠고, 가스통 옆 지표 온도는 42도를 넘었다. 주변에는 목재와 비닐 천막 등 가연성 자재가 놓여 있었다. 봄철 화재 이후 소화기가 곳곳에 배치됐지만 비닐하우스가 밀집해 불이 빠르게 번질 위험은 남아 있다. 당시 불탄 주거용 비닐하우스 2채와 창고 2동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화훼마을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서울 시내 정비 사업으로 밀려난 주민들이 화훼용 비닐하우스를 주거지로 사용하면서 형성됐다. 현재 약 70가구, 100~110명이 살고 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송파대로, 헌릉로에 둘러싸인 데다 녹지가 부족해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가 마을로 몰린다. 자연녹지지역과 무단 점유 문제, 토지 보상과 부지 단절이 얽혀 정부와 서울시의 재개발·이주 논의는 30년 가까이 진전되지 못했고, 길 건너 위례신도시 개발에서도 제외됐다.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마을의 폭염과 주거 문제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