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현실을 비추는 두 개의 기후 서사
핵심 요약
폭염을 다룬 소설과 다큐멘터리가 기후위기의 현실적 위험을 드러낸다. 《미래부》는 기후협정 실패 이후의 대재난과 미래세대를 둘러싼 갈등을 그린다. 《아노테의 방주》는 키리바시의 침수 위기와 존엄성 있는 이주의 필요성을 조명한다.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일상을 위협하는 가운데, 소설과 다큐멘터리가 그려낸 기후위기의 모습은 현실의 폭염과 맞닿아 있다. 인체는 땀을 증발시켜 열을 배출하지만 습도가 높아지면 체온을 낮추기 어렵다. 열이 축적되면 장기가 제 기능을 잃고 사망에 이를 수 있어, 해마다 최고기온을 새로 쓰는 더위는 개인의 안부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재난으로 다가온다.
미국 작가 킴 스탠리 로빈슨의 소설 《미래부》는 파리기후협정이 탄소 감축에 실패한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인도 북부의 기온이 섭씨 50도 안팎까지 치솟고 습구온도 35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전력망마저 마비돼 2주 동안 2000만명이 숨진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이후 미래세대와 멸종위기 생명체처럼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운 존재를 지키기 위한 국제기구 ‘미래부’가 출범한다.
같은 작품에 등장하는 급진적 에코 테러조직 ‘칼리의 아이들’은 항공기와 컨테이너선, 거대 축산기업을 공격하고 탄소산업의 권력자와 경영자까지 위협한다. 기후위기의 비용을 미래세대에 떠넘긴다는 분노가 행동의 동력이다. 반면 2018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아노테의 방주》는 평균 해발고도 2~3m인 태평양 섬나라 키리바시가 해수면 상승으로 겪는 현재의 위기를 보여준다.
당시 대통령 아노테 통은 국제기구와 각국 정상을 만나 과도한 탄소 배출 문제를 제기하고, 주민들이 구호 대상이 아니라 ‘존엄성 있는 이주’의 권리를 지닌다고 호소했다. 작품은 뉴질랜드로 옮겨간 한 가족을 통해 기후난민의 경제적 어려움과 정체성 위기도 드러낸다. 세계 탄소 배출량의 0.1%에도 못 미치는 키리바시가 존립을 위협받는 현실은 책임과 피해의 불균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폭력도 성과를 내지 못한 외교도 충분한 해법이 되지 못한 가운데, 기후위기의 책임은 이를 만든 인류에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