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피해는 가장 취약한 곳부터 깊어진다
핵심 요약
지난 3일까지 폭염으로 19명이 숨졌고 최근 한 달간 이주노동자 4명이 작업 중 사망했다. 주거·젠더·사업장 규모·나이·빈곤·장애가 겹칠수록 폭염 피해가 커진다. 기후변화 완화와 함께 사회적 차별을 줄이는 대책이 요구된다.
전국 곳곳에서 일 최고기온이 40도를 넘고 밤늦게도 33도에 이르는 극심한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3일까지 폭염 사망자는 19명으로 집계됐다. 냉방이 가능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대도시 노동자에게 더위는 출퇴근과 야외활동의 불편에 그칠 수 있지만, 야외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전남 해남의 고추밭에서는 태국 국적의 30대 이주노동자가 작업 중 쓰러져 숨졌다. 입국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은 그는 관광비자로 들어온 뒤 인력소개소를 거쳐 일을 시작했고, 사고 당일 오전 6시30분부터 밭일을 했다. 최근 한 달 동안 폭염 속에서 일하다 숨진 이주노동자는 4명이다.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언어 장벽이 작업 중단이나 보호 조치를 요구하기 어려운 조건과 겹치며 위험을 키웠다.
폭염의 피해는 주거와 성별, 사업장 규모, 나이와 장애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쪽방촌 여성은 남성 중심의 야외 공간이나 공용 냉방시설에서 느끼는 불편과 위협 때문에 집 안에 머무는 경우가 있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 산업재해의 70%는 대응 여력이 부족하고 고령 노동자가 많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도시의 가난한 노인은 공원이나 지하철 역사, 공공쉼터를 찾을 수 있지만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은 집을 나서는 일부터 쉽지 않다.
1994년과 2018년, 2024년의 폭염을 넘어 올해 더위가 다시 기록을 경신하면서 ‘역대급 폭염’이 돌아오는 간격도 짧아지고 있다. 집중호우와 가뭄, 산불, 극단적 한파까지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피해는 탄소를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하는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집중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과학적 대책과 함께 체류자격, 노동조건, 주거, 젠더와 장애에서 비롯되는 차별을 줄이는 정책이 재난 대응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