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본질은 돌봄의 문제… 관련 도서 5권이 던지는 질문
핵심 요약
유럽의 기록적 폭염으로 초과사망자 1만 명이 넘었고, 상당수는 노인이었다. 폭염의 피해를 분석한 책 다섯 권이 사회적 불평등과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폭염은 자연현상이지만 사망은 사회적 사건이며, 대책은 개인 행동요령을 넘어서야 한다.
지난 6월 말 유럽은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6월을 겪었다. 프랑스에서는 수천 곳의 학교가 문을 닫았고 여러 도시가 섭씨 40도를 넘어섰다. 서유럽의 6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더위가 꺾인 뒤에는 초과사망자 1만 명이 넘는 숫자가 남았고, 상당수는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폭염은 태풍이나 홍수처럼 눈에 띄는 피해를 남기지 않지만, 무더운 방과 병실, 요양원에서 조용히 생명을 앗아간다. 그래서 재난이면서도 좀처럼 재난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폭염의 위험을 다각도로 조명한 책 다섯 권이 함께 소개됐다. 제프 구델의 '폭염 살인'은 인간의 몸이 열을 식히는 과정과 함께 폭염이 지병을 악화시켜 심근경색이나 신부전 같은 다른 이름으로 사망진단서에 기록되는 방식을 설명한다.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 사회'는 1995년 시카고 폭염 당시 700명이 넘는 초과사망자가 발생한 사례를 분석하며, 빈곤과 고립, 범죄 공포, 복지 행정 실패가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박지성의 '1도의 가격'은 기온 상승이 농작물 수확량과 노동생산성뿐 아니라 학습 성과와 판단력, 건강과 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보여준다.
폭염이 일상이 된 미래를 그린 박지숙·김새벽·김민정의 청소년소설 '폭염 대피소'는 에어컨과 그늘, 물과 전기가 생존 자원이 되면서 생기는 새로운 경계를 다룬다. 같은 도시에서 같은 날씨를 겪어도 누군가는 안전한 대피소에 들어가고 누군가는 바깥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그린다. 마지막으로 신지혜 등 여섯 명이 쓴 '기후 돌봄'은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이미 닥친 재난 속에서 서로를 돌보는 역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노동자가 일을 멈출 권리, 누구나 이용할 시원한 공간, 독거노인의 안부를 살필 사람, 도시의 나무와 그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들 책은 폭염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사건임을 보여준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모두에게 같은 재난 문자가 가지만, 문자만으로 집 안의 온도를 낮출 수는 없다. 배달 노동자와 농민, 건설 노동자는 여전히 달궈진 도로와 비닐하우스, 그늘 없는 현장을 지켜야 한다. 옥탑방은 아파트 거실보다 뜨겁고, 노인은 에어컨 버튼을 누르기 전에 전기 요금부터 계산한다. 더위는 모두에게 오지만 피할 수 있는 능력은 공평하지 않다. 결국 폭염의 반대말은 한파가 아니라 돌봄이라는 메시지가 책들을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