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쉴 수 없는 이동노동자의 하루
핵심 요약
폭염 속 방문점검원과 배달기사는 휴식에 따른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30~50대는 온열질환자의 42.3%를 차지했고 작업장과 길가에서 위험이 집중됐다. 고정 사업장이 없는 특수고용노동자를 위한 별도의 폭염 보호 체계가 요구된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0일 오전 9시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서 코웨이 방문점검원 도희은씨(50)는 살균수기와 청소도구가 든 15㎏ 가방을 메고 고객 집을 오갔다. 두건과 손수건으로 땀을 막아도 옷은 금세 젖었다. 어지럼증을 느낄 때가 있지만 업무를 중단하면 수입이 줄어 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도씨는 물류업에서 일하다 허리 질환을 겪은 뒤 방문점검원으로 전직해 8년째 일하고 있다. 유류비가 지원되지 않아 장비를 차량에 싣고 출근한 뒤에는 걸어서 이동하며, 폭염에는 식용 포도당과 얼린 생수로 버틴다. 건별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노동자여서 고객과 약속한 시간에 늦으면 페널티가 발생한다. 땀 냄새 민원을 겪은 뒤부터는 여벌 옷과 양말도 챙긴다.
같은 날 오후 광진구 이동노동자 쉼터를 찾은 40대 배달기사 유모씨는 오전 10시부터 일한 뒤 오후 3시에야 처음 쉬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의 국어·영어·수학과 합기도 등 학원비로 매달 100만원 넘게 지출하는 그는 달궈진 도로에서 다시 배달에 나섰다. 배달 플랫폼의 기상 할증은 최대 500원이며 실제 추가 수수료는 100~200원에 그치기도 하고, 일부 플랫폼에서는 데이터 오류로 수수료가 빠지는 일도 있었다.
지난 10일 기준 온열질환자는 3351명, 사망자는 31명이었다. 65세 이상은 1210명으로 36.1%였고, 30·40대는 892명, 50대까지 포함하면 1419명으로 전체의 42.3%를 차지했다. 발생 장소는 실내외 작업장이 1086명으로 가장 많았고 길가 428명, 논밭 401명 순이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작업 때 2시간마다 20분 이상 쉬도록 보건조치가 강화됐지만, 고정 사업장이 없는 방문점검원과 배달기사는 쉼터 정보와 생수 지원 외에 휴식을 보장받기 어려워 별도의 규정과 관리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