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멈추지 못하는 건설현장…생계가 휴식 막아
핵심 요약
건설노동자 절반이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서도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 감소와 공사기일 부담 탓에 중대폭염경보에도 작업중지를 요구하기 어려운 현실이 확인됐다. 응답자의 51.8%는 어지러움, 28.5%는 근육 경련을 경험했다.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폭염에도 건설노동자의 절반은 별도의 중단 지시 없이 작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건설노동자 2515명이 참여한 5~7일 폭염 실태 설문에서 50%가 이같이 답했고, 체감온도 38도 이상의 중대폭염경보가 내려져도 작업중단을 요구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82.2%에 달했다. 일한 만큼 임금을 받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휴업은 곧 소득 감소로 이어져 생계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1일 경기 시흥시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노동자 15명이 지하주차장 외벽을 세우고 있었지만 작업장에 설치된 선풍기는 두 대에 그쳤다. 작업 시간을 앞당겨도 오전 10시가 지나면 무거운 안전장비를 착용한 노동자들의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형틀 목수 신모(54)씨는 지난해 여름 폭염 속에서 구토 증세로 병원을 찾았지만 올해도 현장 여건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사기일과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해 소규모 현장에서는 작업중지를 꺼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폭염은 현장 노동자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이상 신호를 남겼다. 설문 응답자의 51.8%가 어지러움을 경험했고, 28.5%는 온열질환 전조증상인 근육 경련을 겪었다. 노동자가 스스로 폭염을 이유로 작업중단을 요구한 경험은 17.8%에 불과했다. 정부가 일정 체감온도 이상에서 작업중지 등을 권고하고 있으나, 쉬는 동안 임금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에서는 노동자가 실제로 작업을 멈추기 어렵다는 문제가 확인됐다.
이달 1~10일 제주를 제외한 전국 62개 지점의 평균기온은 29.1도로, 국내 기상관측 122년 동안 가장 높은 8월 상순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일최고기온 평균은 34.4도로 2018년의 34.7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40도에 가까운 폭염은 다소 누그러졌지만 전국 낮 최고기온은 12일 26~33도, 13일과 14일 각각 27~34도로 예보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에서 면적과 설비에 초점을 둔 현행 최저주거기준에 기후재난의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하는 개정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