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내몰린 야외 노동자, 휴식권은 공백
핵심 요약
폭염 속 야외 작업장의 체감온도가 40도를 웃돌며 노동자들이 온열질환 위험에 노출됐다. 온열질환 산재 신청은 2021년 23건에서 2025년 90건으로 약 3.9배 증가했다. 현장에서는 노동자가 직접 휴식과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강제력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 전역에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성북구의 한 건설 현장은 낮 최고기온 35도 안팎을 기록했다. 구조물과 달궈진 콘크리트가 열기를 내뿜으면서 작업자가 느끼는 온도는 40도를 크게 웃돌았다. 현장 경력 30년이 넘는 50대 노동자 한모씨의 작업복에는 땀이 마르며 생긴 흰 염분 자국이 남았다. 옷을 하루 서너 차례 갈아입어도 땀에 젖고, 작업 중 어지럼증을 겪는 날도 잦아졌다.
온열질환 관련 산업재해 신청은 가파르게 늘었다. 최초요양급여 신청은 2021년 23건에서 2022년 28건, 2023년 37건, 2024년 57건, 2025년 90건으로 증가해 4년 사이 약 3.9배가 됐다. 승인 건수도 같은 기간 19건에서 77건으로 늘었다. 업무 연관성 입증이 어렵고 초기 증상을 피로나 가벼운 어지럼증으로 여겨 신청하지 않는 사례가 있어, 실제 피해는 통계보다 클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체감온도에 맞춘 휴식 제공과 낮 시간대 옥외작업 최소화를 폭염 예방지침으로 제시했지만 강제력은 없다. 물량과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하는 노동자에게 작업 중단은 소득 감소나 계약 해지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 택배·배달 등 특수고용 및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대책은 일회성 캠페인에 머물고, 프리랜서 비중이 높은 건설 노동자도 휴게시간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 15일 이후 누적 온열질환자는 사망자 19명을 포함해 222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 하루에만 환자 186명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2명 늘었다. 전북 완주군에서는 오토바이를 수리하던 80대가 쓰러져 숨졌고, 경기 양주시에서는 배달 중이던 50대 오토바이 기사가 열탈진으로 쓰러졌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자가 위험을 감지하면 휴식이나 작업 중지를 요구하고, 작업장 위험도와 환경에 맞춰 작업 방식을 바꿀 수 있도록 강제력 있는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