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단전 겹친 튀니지, 대통령 퇴진 시위 확산
핵심 요약
45도를 웃도는 폭염과 순환 정전·단수가 겹치면서 튀니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했다. 청년 실업과 고물가에 대한 불만은 사이에드 대통령의 권력 집중을 둘러싼 반발과 결합했다. 반복되는 기후 충격이 정치적 갈등과 민주주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온이 45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폭염 속에 전기와 물 공급까지 불안정해진 튀니지에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냉방 수요 급증으로 노후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자 국영 전력회사가 순환 정전에 들어갔고, 일부 지역에서는 단수도 발생했다. 생활 기반이 흔들리면서 폭염 피해가 정치적 분노로 번지는 양상이다.
청년 시위대는 곳곳에서 도로를 막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정부에 항의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권력 강화에 착수한 지 5년이 된 지난달 25일에는 수도 튀니스에서 수천 명 규모의 반정부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전기와 물은 사라지고 수감과 물가 상승만 남았다며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2011년 아랍의 봄이 시작된 튀니지는 아랍권에서 민주화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청년 실업률이 37%를 웃돌고 식료품을 중심으로 높은 물가가 이어지며 불만이 누적됐다. 2019년 당선된 법학 교수 출신 사이에드 대통령은 2021년 비상사태를 선포해 입법부와 사법부 기능을 사실상 멈춘 뒤 이듬해 개헌으로 군 통수권과 의회 해산권, 판사 및 행정부 수반 임명권 등을 대통령에게 집중시켰다.
기후 재난이 반복되고 정부가 시민의 불만을 수용하지 못하면 정치·사회적 갈등이 커지며, 민주국가에서도 비상조치나 정치적 자유 제한 같은 억압적 대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6월 공개된 기후 충격과 민주주의 회복력 연구는 이런 과정이 민주주의의 질을 점진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빙하기의 농업 생산 감소와 프랑스 대혁명,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정치적 격변의 연관성을 살피는 역사 연구도 기후 변화와 불안정의 관계를 보여주는 배경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