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가뭄 속 다시 올린 가야진 용신제
핵심 요약
폭염과 장기 가뭄이 이어지자 지난달 30일 양산 가야진사에서 기우제가 별도로 열렸다. 신라시대부터 전승된 가야진용신제는 다섯 마당으로 진행되며 지난 제례는 1변 1두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이 제의에는 재난을 공동체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극복하려는 뜻이 담겼다.
전국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지난달 30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 가야진사에서 비를 기원하는 가야진용신제가 별도로 열렸다. 낙동강의 용신에게 풍요를 빌고 재앙을 물리쳐 달라고 청하는 한편, 뱃길의 안전을 기원하는 제의다. 경남 무형유산 제19호인 이 제사는 원래 음력 3월 초정일에 거행돼 올해도 4월에 치러졌지만, 장마철에도 이 지역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고 무더위와 가뭄이 장기화하자 다시 마련됐다.
가야진용신제는 제례 사흘 전부터 목욕재계하며 제향을 준비하는 ‘부정 가시기’를 시작으로 ‘칙사 영접’, 핵심 절차인 ‘시제’, 용왕에게 제물을 바치는 ‘용소풀이’, 조상의 영을 보내는 ‘사신’까지 다섯 마당으로 진행된다. 일반 제사와 달리 기우제에서는 술과 제사 음식을 나누는 음복을 하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감사의 뜻을 담은 보사제를 별도로 올린다. 지난달 제례에서도 가야진의 신에게 만물에 물을 대어 생명을 이루게 한 은혜를 되새기며 풍요와 재앙의 소멸을 기원했다.
신라시대부터 이어진 이 제의에는 인간이 실수로 남편 용을 죽인 뒤 한을 품게 된 용을 달래기 위해 제사를 시작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는 국가 제례로 기록됐으며, 전승 과정에서 민속놀이가 결합해 현재의 다섯 마당 형태가 됐다. 한강을 비롯해 조선시대 국가가 제사를 지낸 네 강인 사독 가운데 오늘날까지 전통이 이어진 제의는 가야진용신제가 유일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사라질 위기를 겪었으나 지역 주민들이 명맥을 지켰다.
제물의 규모에서도 가뭄 속 기우제의 절박함이 드러났다. 조선시대 국가 의례서인 국조오례의는 대사를 12변 12두, 중사를 10변 10두, 소사를 8변 8두로 정했다. 변은 마른 음식, 두는 젖은 음식을 담는 제기다. 가야진용신제는 중사에 해당하지만 지난달 기우제는 1변 1두만 차려 최대한 간소하게 치렀다. 박홍기 가야진용신제보존회 사무국장 겸 예능 보유자는 극심한 가뭄을 개인이 아닌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극복하려는 공동체의 뜻이 기우제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