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해 급증에도 ‘죽음의 배경’은 조사 밖
핵심 요약
온열질환자는 14년 사이 10배 넘게 증가했고 누적 사망자는 267명으로 집계됐다. 현행 응급실 신고체계로는 피해자의 소득·주거·노동 환경을 조사할 수 없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역학조사와 자료 요구 권한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온열질환자가 2011년 443명에서 2025년 4460명으로 늘어 14년 사이 10배를 넘어섰다.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된 2011년부터 2025년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67명이다. 그러나 현행 신고체계가 수집하는 정보는 환자의 나이와 성별, 직업, 쓰러진 장소 등에 머물러 소득 수준과 주거 환경, 노동 조건처럼 더위를 피하지 못한 배경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발생한 온열질환자 2만9294명 중 2만3091명인 78.8%가 야외에서 쓰러졌다. 공사 현장 등 실외 작업장에서 발생한 환자는 9133명으로 전체의 31.2%였고, 집에서 쓰러진 사례도 2226명으로 7.6%를 차지했다. 냉방기 사용이 어려웠는지, 쪽방이나 고시원에 거주했는지, 폭염에도 작업을 중단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응급실 신고자료에 기록되지 않는다.
조사 범위가 기본 정보에 그치는 이유는 사망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거나 유족과 주변인을 상대로 생활 여건을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조사 권한이 없으면 전담 인력을 투입하거나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피해가 폭염을 피하기 어려운 환경에 집중되는 양상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지만, 반복되는 사망과 발병의 사회적 배경을 분석할 제도는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6년 3월 대표발의한 기후위기 대응 국민건강관리법안은 폭염 등 기상재해로 건강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질병관리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역학조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질병청은 관계 기관에 조사 자료를 요구하고, 폭염 위기 경보가 ‘주의’ 이상일 때 개인에게도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피해자의 생활·노동 환경까지 살피는 사회적 부검의 토대가 마련돼 지역별 피해 원인을 후속 대책에 반영할 길이 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