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통계 밖으로 밀려난 이주노동자들
핵심 요약
해남 배추밭에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가 열사병 의심 증상을 보인 뒤 숨졌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그는 냉방시설 없는 주거지와 그늘 없는 작업장에 노출됐다. 이주노동자의 폭염 사망은 신고·국적 중심 통계와 취약한 보호 제도 밖에서 누락되고 있다.
7월 25일 오후 전남 해남군 황산면의 배추밭에서 일하던 태국인 노동자 나콘 센사왓(가명·37)이 쓰러져 숨졌다. 당시 기온은 33.3도였지만 아스팔트 표면은 50도를 넘었다. 구급대가 측정한 체온은 측정 한계인 42도를 초과했고, 뜨겁고 땀이 나지 않는 피부 등 열사병 증상이 확인됐다. 그는 입국 엿새 만에 하루 11만원을 받고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다 변을 당했다.
나콘은 그늘 하나 없는 밭에서 비료 포대를 내리고 비료를 뿌리다 오후 3시께 어지럼증을 호소한 뒤 도로에 쓰러졌다. 구급대는 수액을 투여했으나 체온이 내려가지 않자 해남종합병원을 거쳐 40분 거리의 목포한국병원으로 향했다. 출발 약 7분 뒤 심장이 멎었고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경찰은 작업장 온도가 43도를 넘은 점을 토대로 온열질환 가능성을 살피고 있으며, 공식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관광비자로 입국한 나콘은 선풍기와 에어컨도 없는 낡은 농촌 주택에서 지냈다. 냉장고는 비어 있었고 침대 옆에는 2리터짜리 생수 한 병만 남아 있었다. 해남군은 폭염 재난문자와 마을방송을 반복했지만 한국에 온 지 엿새인 그에게 실질적인 보호가 되지 못했다. 군은 그가 관리 대상 계절근로자가 아니어서 지원이나 배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관광 등 다른 목적으로 들어온 외국인까지 관리 체계를 검토하기로 했다.
올여름 온열질환 사망자는 8월 9일 기준 30명이지만 나콘은 집계에서 빠졌다. 이 통계는 전국 516개 응급실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고, 사망원인 통계도 한국 국적자만 반영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누락될 수 있다. 올해 폭염 속에서 일한 뒤 숨진 이주노동자는 확인된 사례만 최소 4명이며, 이 가운데 공식 온열질환 사망자로 잡힌 사람은 중국인 노동자 한 명뿐이다. 농림어업의 5인 미만 사업장 다수는 휴게시간과 안전보건교육 관련 법 적용에서도 벗어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