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충격, 한국 수출 공급망까지 흔든다
핵심 요약
섭씨 32도를 넘는 폭염은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고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해외 가뭄으로 발생한 물류 차질도 공급망을 통해 한국 수출업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드러난 화석연료 의존의 취약성은 에너지 전환 필요성을 부각했다.
폭염이 인명 피해를 넘어 노동 생산성과 기업 활동, 글로벌 공급망을 동시에 위협하는 경제 충격으로 번지고 있다. ‘기후 쇼크’의 저자인 게르노트 바그너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1일 현지시각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크라비스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계 공급망과 긴밀히 연결된 한국 경제는 멀리 떨어진 지역의 폭염과 가뭄에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에서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진 가운데 그는 경제적 손실에 앞서 사람의 생명과 생계가 무너지는 점을 가장 직접적인 비용으로 꼽았다.
바그너 교수는 경제·사회적 피해가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기온의 임계점을 섭씨 32도 안팎으로 제시했다. 이 선을 넘으면 농작물 피해와 질병이 늘고 환자와 노약자의 생명까지 위험해지며, 인간이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활동하기 어려워져 노동 생산성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가 참여한 연구에서는 섭씨 32도를 넘는 날이 연중 하루 추가될 때 연간 급여 총액이 0.04% 감소했다. 더위가 발생한 주간 급여로 환산하면 감소 폭은 약 2%에 이르며, 극단적 고온이 일주일가량 지속될 경우 생산성 하락은 더욱 급격해질 수 있다.
기후 충격은 발생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 철강 수출 물량의 약 5%가 향하는 유럽에서는 극한 가뭄으로 주요 운송로인 라인강 수위가 크게 낮아져 철강처럼 무거운 화물을 실은 선박의 운항이 어려워졌다. 유럽의 수송 차질이 한국 수출업체의 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구조다. 한 지역의 홍수나 가뭄에 현지 적응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상하지 못한 연결 고리가 세계 공급망을 따라 이어지면서 개별 재난보다 훨씬 큰 경제적 피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며 세계 석유 공급과 에너지 가격이 출렁인 상황은 화석연료 의존의 취약성도 드러냈다. 태양광은 밤에 발전할 수 없고 풍력은 바람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생에너지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있지만, 이번 위기는 화석연료 역시 지정학적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 바그너 교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근본적인 방향으로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는 전환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