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안전망 밖 노동자들, 휴식 규정도 역부족
핵심 요약
배달과 건설·제조업 노동자들이 극한 폭염 속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휴식 규정이 시행되는 현장에서도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피해는 영세 사업장에 집중됐다. 업종별 작업 특성을 반영한 폭염 대응 기준과 강제 작업중단 방안이 요구된다.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소규모 건설현장과 배달·영세 제조업 노동자들이 뜨거운 작업 환경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5일 오후 10시 서울 동대문구에서 일을 마친 5년 차 배달 라이더 김경석 씨(39)는 14시간 동안 달궈진 도로를 달렸다. 그가 준비한 대비책은 전날 얼려 둔 1.5L 물 세 병으로, 한 시간가량 지나면 한 병이 바닥나 편의점에서 다시 사야 했다. 쿨토시와 20만 원짜리 냉풍조끼도 사용했지만 더위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25분께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서는 작업자 4명이 긴소매 작업복과 마스크, 안전모를 착용하고 도로를 보수했다. 소음과 교통 체증 민원을 피해 밤에 작업했지만 냉토시와 생수만으로 열기를 견디기 어려웠다. 인천의 한 건설현장은 40분 작업 뒤 20분간 쉬도록 하고 휴식 장면까지 사진으로 보고했으나, 지난주 근로자 3명이 폭염으로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기 지역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는 미장과 마감 등 내부 작업도 높은 실내 온도 탓에 차질을 빚었고, 노동자들은 마시는 수액과 식염정으로 버티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을 고쳐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2시간마다 20분 휴식, 냉방장치 마련, 보랭 장구 지급 등을 포함한 폭염안전 5대 기본 수칙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영세 공장에서는 공정의 연속성이 끊긴다는 이유로 정해진 휴식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온열질환 산업재해 77건 가운데 건설업이 29건, 제조업이 12건이었다. 규모별로는 5∼30인 미만 사업장 25건, 5인 미만 사업장 14건으로 소규모 사업장에 피해가 집중됐다.
올해 들어 온열질환 산업재해로 숨진 근로자는 5명에 이른다. 현장에서는 휴식 규정을 시행해도 쓰러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배달처럼 이동하며 일하는 노동자는 정해진 휴식과 냉방 설비를 보장받기 어려워 현행 기준의 한계가 드러났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일률적인 법적 기준이 중소기업과 특수 업종의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극한 폭염 때 야외 작업을 강제로 중단하는 방안을 포함해 정부가 업종별 수칙을 마련하고, 사업장이 업무 방식에 맞춰 세부 대책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