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쉼터가 된 지리산 700m 차 공간
핵심 요약
지리산 해발 700m 안팎의 마을과 칠불사가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서늘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농평과 와운마을에는 풍수 명당과 피란의 역사, 천년 소나무가 남아 있다. 칠불사 3층 다실에서는 불모장등의 숲과 솔바람, 유천수로 끓인 차를 함께 만날 수 있다.
기온이 40도까지 오르는 폭염 속에서 지리산 해발 700m 안팎의 마을과 사찰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고지대 쉼터로 주목된다. 이 높이에서는 아랫마을보다 기온이 4~5도 낮다. 구례군 토지면 농평마을의 민박집은 시설이 소박하지만 밤이면 가벼운 이불을 덮어야 할 만큼 서늘해 열대야 없이 잠들 수 있다.
농평마을은 피아골에서 연곡사에 닿기 전 오른쪽 산길을 따라 차로 약 10분 올라가면 나온다. ‘늙은 호랑이가 뼈를 가지고 논다’는 뜻의 노호농골 명당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풍수 답사객도 찾는다. 또 다른 700m 고지대 마을인 남원시 산내면 와운마을은 지리산 깊숙이 자리하며, 뒷산에는 수령 천년의 소나무가 서 있다.
와운마을의 한 토박이 집안은 1862년 진주민란을 피해 진주에서 이곳으로 들어온 조상의 내력을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에는 임진왜란과 진주민란, 동학혁명 같은 난리를 피해 깊은 산속에 정착한 사례가 적지 않다. 같은 700m 고지의 칠불사는 약 2000년 전 가야국의 일곱 왕자가 들어와 도를 깨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칠불사에는 한 번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한 달 넘게 온기가 이어졌다는 아자방과 거문고 명인 옥보고 선인이 연주를 즐겼다는 옥보대가 있다. 법당 뒤 옥보대는 서늘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장소다. 특히 3층 다실에서는 불모장등의 푸른 봉우리와 산자락이 시야를 채우고 솔바람이 불어든다. 한국 차의 장문인 초의선사가 ‘다신전’을 쓴 곳도 칠불사다. 초의선사의 다맥을 이은 도응 주지는 공양간 옆 샘에서 받은 유천수로 차를 끓인다. 숲과 바람, 샘물로 우린 차가 한여름 더위를 견디게 하는 고지대의 정취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