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선풍기, 온도보다 습도·건강 상태가 관건
핵심 요약
선풍기의 안전 기준은 40도라는 단일 온도로 정할 수 없다. 35도 이상에서도 습도와 수분 상태에 따라 땀 증발을 통한 냉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극심한 고온이나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선풍기를 끄고 냉방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폭염 때 선풍기를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온도를 하나의 숫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세계보건기구는 섭씨 40도를 넘는 환경에서 사용에 주의하도록 권고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실내 32.2도 초과, 영국 보건안전청은 35도 초과를 경계선으로 제시한다. 세계보건기구의 다른 안내 자료에도 35도를 넘으면 온열질환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선풍기는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대신 주변 공기를 움직이고 땀의 증발을 촉진해 몸의 열을 낮춘다. 공기가 햇빛이 닿지 않은 피부 온도인 약 35도보다 차가우면 열을 빼앗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공기가 피부보다 뜨거우면 더운 바람이 몸으로 계속 전달돼 체온을 높일 수 있다. 겉으로는 시원해도 실제 열 부담은 커지는 이른바 ‘가짜 시원함’이 생길 수 있는 이유다.
다만 땀의 증발 효과까지 고려하면 35도 이상에서도 선풍기가 항상 해로운 것은 아니다. 건강한 젊은 남성 8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선풍기를 사용한 경우 심박수와 중심체온이 급격히 오르는 시점이 더 높은 습도까지 늦춰졌다. 36도에서는 심박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 상대습도 범위가 선풍기 사용 시 약 83%, 미사용 시 약 62%였다. 42도에서도 상대습도 약 50%까지 냉각 효과가 나타났다.
이 결과는 충분히 수분을 섭취한 건강한 젊은 사람이 가만히 앉아 있고 땀이 증발할 수 있을 때에 한정돼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건조한 고온 환경에서는 추가 냉각 효과가 작고 뜨거운 공기만 순환시킬 수 있다. 고령자와 영유아, 만성질환자, 약물 복용자, 탈수 상태인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35도 이하에서는 대체로 도움이 되지만 그 이상에서는 습도와 건강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하며, 40도 이상이면 에어컨이나 냉방 시설 이용이 더 안전하다. 선풍기를 켠 뒤 몸이 더 뜨겁거나 어지럽고 불편하면 즉시 끄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