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배송기사, 쉴 권리도 소득 보전도 없다
핵심 요약
폭염 속에서 배달·배송기사들이 잇달아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작업중지 지침은 강제력이 약하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법적 보호에서도 벗어나 있다. 운수노동자들은 실질적인 휴식권을 위해 소득 보전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도권에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 경기 양주에서 50대 배달라이더가 열탈진 증상을 보이며 도로에 쓰러졌다. 이 노동자는 배달을 계속해야 한다며 이송을 거부했지만 119 구급대원의 설득 끝에 병원으로 옮겨졌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와 송파구의 쿠팡 물류센터에서도 배송기사 2명이 온열질환으로 쓰러졌고, 당시 서초캠프 내부 온도는 42도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는 사업주가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줘야 한다. 체감온도 35도 이상이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을 멈추고, 38도 이상에서는 긴급조치를 제외한 모든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하는 단계별 지침도 마련됐다. 그러나 작업중지 기준은 법령이 아닌 행정지침상 권고다. 지난 5~7일 건설노동자 251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체감온도 38도 이상에서도 별도 중단 지시 없이 일했다고 답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으면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고,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 있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배달·택배 노동자는 일을 멈추는 즉시 소득이 끊기는 데다 배송 지연 책임까지 떠안을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재난 때 배송기사가 자율적으로 업무를 중단하고 배송 지연 책임을 면제받는 제도를 운영한다. 반면 쿠팡은 배송 마감시간을 넘기면 담당 구역을 회수하는 ‘클렌징’ 제도를 두고 있다.
쿠팡 배송기사 3명은 지난 4일과 6일 잇달아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쿠팡이 6월부터 당일 주문 마감시간을 연장하면서도 배송 마감시간은 유지해 노동 강도가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폭염을 고려해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신선식품 배송 마감을 오후 8시에서 자정으로 한시 완화했지만, 일부 지역과 대리점에서는 적용되지 않았고 전체 공지도 없었다는 현장 지적이 나왔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고용보험을 활용한 기후실업급여나 플랫폼이 손실을 부담하는 기후휴업급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