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멈추지 못하는 건설·배달 노동자들
핵심 요약
서울의 건설현장과 배달·주차 업무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극심한 열기에 노출됐다. 일자리와 소득 감소 우려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확인됐다. 노동계는 법으로 보장되는 휴식권과 접근성 높은 쉼터 마련을 요구했다.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일요일, 도심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50세 이씨의 작업복은 속옷까지 땀에 젖었다. 이날 서울의 최고기온은 35도였지만 햇볕에 달궈진 콘크리트 벽과 철골로 둘러싸인 현장 외벽 온도계는 39도를 가리켰다. 인근 현장 노동자들도 얼음물을 든 채 그늘에 앉았으나 열기를 식히기 어려웠다.
현장에서는 한 시간마다 10분씩 쉬기도 하지만 선풍기조차 없는 곳이 있었고, 땀에 젖은 옷이 피부에 쓸려 상처가 생기는 노동자도 나왔다. 공사 기한에 쫓기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몸이 좋지 않아도 다음 날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도로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들도 위험에 노출됐다. 마포구에서 하루 약 200개 물품을 나르던 40세 택배기사는 여름철 화물칸 온도가 50도를 넘기기 쉽지만,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불이익을 받고 쉬면 수입이 줄어 일을 멈출 수 없었다. 음식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여름에는 사고와 온열질환 위험도 함께 커졌다.
서대문구의 33세 배달기사는 차광막과 자외선 차단복을 갖췄지만 달궈진 아스팔트와 오토바이 엔진 열기를 견디며 녹아버린 냉커피로 잠시 숨을 돌렸다. 건당 500원의 추가 수당도 위험을 상쇄하지 못했다. 경기 지역 기사는 운행 뒤 어지럼증을 겪었고, 광명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하루 8시간 동안 최대 3만 보를 걷는 55세 노동자는 환기 부족으로 체감온도가 50도까지 오른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임금 손실 없이 쉴 권리의 법적 보장과 배달 동선에 가까운 소규모 쉼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